청년과 함께하는 지속가능한 인구정책의 방향

이주호(청렴코리아 청년본부장)

시민일보

siminilbo@siminilbo.co.kr | 2025-07-09 15:03:27

  7월 11일은 유엔이 지정한 세계 인구의 날(World Population Day)이다. 세계 인구가 1987년 7월 11일 50억 명을 돌파한 것을 기념해, 유엔개발계획(UNDP)이 1989년 이날을 제정했다. 유엔은 인구 증가뿐 아니라 인구구조의 불균형, 청년과 노년의 빈곤 등 다양한 인구 관련 이슈에 국제사회가 관심을 기울일 것을 촉구해왔다.

인구감소는 청년층 감소, 고령화 심화, 지방소멸 등 우리 사회 전반에 깊은 파급력을 미치기 때문에 지금 한국에 이 메시지는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실제로 2023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을 기록했으며, 2024년에도 0.75명에 그치는 등 아직까지 반등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인구 증가의 가능성과 한계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25년 4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합계출산율은 작년 대비 소폭 상승해 0.78명을 기록했지만, 여전히 OECD 평균(1.51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출산율은 여전히 1명 아래에 머물고 있다.


정부는 소폭의 증가 원인으로 혼인 건수 증가, 30대 초반 여성 인구의 확대,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출산 지원 정책 등을 복합적인 배경으로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인구 문제의 다른 지표를 살펴보면 상황은 여전히 심각하다. 지방소멸지수가 위험 단계에 진입한 89개 기초지자체는 소멸의 문턱에 서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도시에서는 인구가 오히려 증가하거나 출산율이 비교적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저출산 시대에 실질적인 정책 대안을 고민하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세종특별자치시는 공공기관 이전과 신도시 개발이 맞물리면서 젊은 층의 유입이 활발하다. 국공립 보육시설 비율이 전국 최고 수준으로, 2023년 합계출산율이 1.07명까지 유지됐다. 안정적인 공공부문 일자리, 저렴한 분양가, 쾌적한 주거환경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화성시는 수도권에서 최근 몇 년간 가장 빠른 인구 증가를 보이며 2023년에 인구 100만 명을 돌파했다. 출생율도 수도권 평균(0.59명)보다 높은 0.72명을 기록했다. 대규모 산업단지에서 양질의 청년 일자리가 창출되고, 동탄 신도시와 교통망 확충(GTX-A, SRT 등)도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평택시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와 고덕국제신도시를 중심으로 청년층 유입이 크게 늘었으며, 주한미군기지로 인한 다문화 가족 증가도 인구 증가에 기여했다. 직주근접 환경과 다양한 복지 인프라가 청년층 정착을 뒷받침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2010년대 초중반 귀농·귀촌 열풍으로 30~40대 인구가 유입되면서 일부 지역에서 출산율이 1명대 초반까지 상승한 사례도 있었다. 자연친화적 환경과 양육 친화적인 분위기에 매력을 느낀 청년층이 제주로 향했던 것이다.

다만, 이들 지역의 인구 증가에는 ‘수평이동’과 ‘자연인구증가(출산)’에 따른 명확한 차이가 있다. 세종, 화성, 평택, 제주 등지의 인구 증가는 대부분 타 지역에서 사람들이 이동해오는 ‘수평이동(전입)’에 의해 나타난 현상으로, 이 경우 전국적인 총인구에는 변화를 주지 못한다. 반면, 해당 지역에서 실제로 출산을 통해 인구가 늘어나는 ‘자연인구증가’는 전국 인구를 늘리는 효과를 가져온다. 그나마 전국 광역시도 중 세종이 유일하게 합계 출산율 1명을 넘었을 뿐이다. 따라서 단순히 전입을 통한 지역별 인구증가만으로는 국가 차원의 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궁극적으로 출산율 자체를 높이는 정책이 병행되어야 한다.

정책 사례로 본 지방소멸 대응 전략
· 생활인구
생활인구란 주민등록상 주소지와 상관없이 하루 3시간 이상, 월 1회 이상 지역에 체류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관광객, 통근자, 통학자까지 포함한 이 개념은 지역의 ‘실제 활력’을 보여주는 새로운 인구지표로 활용되고 있다.


생활인구 개념은 일본에서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해 ‘관계인구’라는 이름으로 처음 도입되었으며, 한국은 이를 참고해 체류 중심의 인구지표를 ‘생활인구’라는 명칭으로 정립했다. 특히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에 따라 생활인구 통계는 지방소멸 위험 지역을 지원하고 활력을 높이기 위한 정책적 근거로 활용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2023년부터 이동통신 기지국 데이터를 활용한 ‘생활인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주민등록상 주소와 무관하게 실제 머무는 인구 규모를 파악해 교통, 복지, 상권 정책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예컨대 충북 단양군은 2024년 4분기 생활인구 분석 결과 기준 평균 생활인구가 주민등록인구의 9배에 달하는 31만 명, 경남 의령군은 생활인구가 주민등록의 5배 이상으로 나타났다. 생활인구 증가는 체류 인구의 소비 활동을 통해 지역 상권과 일자리 창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다만 일부 지자체가 생활인구를 상주 인구로 오인하거나 성과 부풀리기에 활용하는 사례가 있어, 본질이 왜곡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궁극적으로는 단기 체류를 지역 정주로 이어지도록 정책 설계와 거버넌스 구축이 병행되어야 한다.

· 명예시민제

명예시민제도는 지자체가 지역 출신 유명인이나 특정 관광객, 고향 방문객 등에게 명예시민증을 수여해 지역과의 유대감을 형성하는 제도다. 

 

이를 통해 재방문을 유도하고 관심을 지속시키며, 궁극적으로는 해당 인물의 영향력에 의한 이주 가능성을 높이고자 하는 취지다. 그러나 실질적인 정착이나 지역 내 경제활동으로 연결되는 사례가 적어 단순한 이벤트성 정책이라는 비판이 존재한다. 또한, 관계인구를 일시적 방문에서 정주로 전환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후속 정책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 고향사랑기부제

고향사랑기부제는 타지에 거주하는 사람이 고향 지자체에 기부하면 세제 혜택과 답례품을 받는 제도로, 2023년 도입 이후 지역재정 확충에 일정한 성과를 내며 고향에 대한 관심과 유대감을 높이고 있다. 직접적인 인구 유입 정책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지방 재정 강화를 통해 지방 소멸 대응과 인구 정책에 간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제도는 청년층의 지역 정착이나 지속 가능한 일자리 창출로 연결되지 않는 한계가 뚜렷하며, 기부가 일회성에 그치기 쉽고 지역 인구 구조 개선과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약하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 생활도민증·디지털 주민증


강원도는 2025년 5월부터 일정 절차를 거친 관외 주민에게 ‘생활도민증’을 발급해 관광과 체험 혜택을 제공한다. 강원을 비롯해 전남·전북사랑 도민증, 충북 괴산군의 디지털 관광주민증 등 일부 지자체는 이미 조례를 통해 이를 제도화해 시행 중이다. 이러한 생활도민증 제도는 잠정적 관계인구를 확대하고 지역과의 연결고리를 강화하려는 시도로 평가받지만, 실제 정주로 이어지기 위한 청년 일자리와 주거 대책 등 종합적 연계 전략이 부족하다는 한계도 분명하다.

· 출산·주택·청년 만남 지원 등
농촌과 중소도시에서는 출산축하금과 육아수당뿐 아니라 임대료 및 주택 리모델링 비용 지원까지 포함한 종합적인 대책이 늘어나고 있다. 단순한 현금 지원을 넘어서, 결혼과 정착을 돕는 ‘청년 만남주선 정책’도 주목받고 있다. 대구 남구의 ‘청년캠퍼스’, 서울시의 ‘설렘 in 한강’ 등 여러 지역에서는 청년 예산을 활용해 미혼 청년들의 만남과 교류를 지원해왔다. 성남, 전북, 강원, 대전, 부산, 울산, 경남 등지에서도 유사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며, 경남 창원시는 공공기관을 포함해 일하는 청년 직원 대상 미팅 프로그램을 통해 좋은 성과를 냈다. 과거 출산장려금 중심의 정책에서 벗어나, 청년들의 사회적 네트워크 형성을 지원해 결혼과 출산 가능성을 높이는 발전적인 시도로 평가받는다.

한국 인구정책의 새로운 방향과 시사점


한국의 인구정책은 2000년대 이후 저출산·고령사회 진입과 함께 빠르게 변화해왔다. 2006년 1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은 출산장려금과 보육비 지원에 집중해 양육비 부담을 완화하려 했지만, 출산율 하락을 막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2011년부터는 주거 지원, 일·가정 양립, 여성 일자리 확대 등 보다 종합적이고 다각적인 대책으로 확대되었으며, 2021년부터 시행 중인 제4차 기본계획은 보편적 아동수당 확대, 육아휴직 급여 인상, 난임 지원 강화 등 전 계층을 아우르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출산율 제고보다는 삶의 질 개선에 초점이 맞춰져 실질적인 효과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으며, 고용·주거·양육 불안 등 저출산의 근본적 원인 해결이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며 인구전략기획부 신설을 추진하려 했으나,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저출생대응수석(차관급)이 폐지되면서 ‘인구부’ 신설 논의는 일단 중단되는 듯했다. 

 

하지만 7월 들어 국정기획위원회 사회1분과 내 인구TF가 출범하면서 인구정책 컨트롤타워 구축 논의가 다시 본격화되고 있다. 국정기획위원회는 인구 문제 해결의 핵심으로 ‘거버넌스 강화’를 강조하며, 기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보다 강력한 정책 추진 체계를 마련해 단순한 통계 관리에서 벗어나 사람 중심의 지속가능한 인구정책으로의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TF는 국민 참여와 현장 의견 수렴을 강화해 실효성 있는 정책을 마련하고, 국가적 대응체계를 완성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는 한국 인구 위기의 심각성을 반영하며, 국가 생존을 위한 종합적이고 초당적 대응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인구정책은 출산 장려금 등 단편적 지원을 넘어서 청년들이 안정된 일자리와 주거, 교육·보육 환경 속에서 삶을 설계할 수 있도록 다차원적이고 통합적인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이러한 방향 전환이야말로 한국의 인구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길임을 우리는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청년과 함께하는 지역 인구정책 혁신의 방향은?


생활인구, 명예시민제, 고향사랑기부제 등은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로 긍정적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이 단순히 인구 수치를 부풀리는 데 그친다면, 실질적인 출산·인구 문제는 결코 해결되지 않는다. 관계인구 확대의 성과를 평가할 때도 단순 방문자 수나 발급 증서 수가 아니라, 정주 전환율, 장기적 경제활동 참여도 등 실질적 지표를 정교하게 마련해야 한다. 이를 토대로 지역 맞춤형 정책을 설계하고 추진할 때 비로소 지속가능한 인구정책으로 발전할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청년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이를 위해선 중앙정부-지자체-기업-지역사회-지역대학이 함께하는 투명하고 청렴한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협력하는 거버넌스 체계가 필수적이다. 청년이 지역에서 꿈을 키우고 가정을 이루며 오래 머물 수 있어야 초저출생과 지방소멸이라는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유엔 인구의 날을 맞아, 한국의 인구정책도 일시적인 이벤트나 통계상의 숫자 관리가 아니라, 사람 중심의 정책으로 나아가야 한다. 청년이 지역에 삶의 터전을 꾸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초저출생과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는 유일한 길이다.

유엔 인구의 날은 인구 문제를 단순히 숫자와 통계로만 접근하지 않고, 사람이 머무르고, 살아가고, 관계를 맺는 삶의 공간으로서 지역을 어떻게 만들지 고민하라고 우리에게 묻는다. 최근 생활인구 지표는 지역 활력의 핵심이자 정책 성과를 가늠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생활인구 증대만으로는 청년 정착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지방소멸과 초저출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중앙정부의 재정지원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 지방자치단체는 청년의 만남과 결혼, 주거, 일자리, 문화생활까지 촘촘하게 설계하고, 지역에 머무는 체류자를 정착자로 연결할 수 있는 종합적 거버넌스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제는 통계상의 ‘인구 수’가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이 지역에서 관계를 맺고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람 중심의 정책으로 나아가야 할 때다. 특히 지역으로 오는 청년들이 정책의 단순 수혜자가 아니라, 기획과 실행 과정에 직접 참여해 목소리를 낼 수 있을 때 진정한 거버넌스가 완성된다.


그때 비로소 숫자 정책의 한계를 넘어, 청년이 삶의 터전을 마련하고 지역 공동체의 일원으로 뿌리내리며 청년과 지역이 함께 만드는 지속가능한 변화를 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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