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경병, 할말은 한다] 중도층의 선택
시민일보
siminilbo@siminilbo.co.kr | 2023-02-13 15:09:45
얼마 전에 미국 갤럽이 여론조사를 했다. ‘민주당, 공화당, 무당파 중 어디에 해당하느냐’는 질문이었는데, 무당파가 41%로 나왔다.
2000년대 초 30%대 초중반에서 10%p나 늘어났다. 자신을 민주당·공화당 당원이라고 답한 비율은 각각 28%였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등장 이후 미국 정치의 주류에까지 극단주의가 성행하고 있다. 민주당 역시 이러한 반공화당적 기류에 편승해 정국을 이끌어가려 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면서 양당 모두 극단의 지지층에 매달린 모습을 보이면서, 미국민들은 결국 두 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며 중간 지대로 몰려든 것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우리나라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는 결과가 나왔다. 보수우파 지지층과 진보좌파 지지층 보다 무당파 중도층이 더 많다는 결과가 나왔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일지 모른다. 보수우파를 대표하는 국민의힘과 진보좌파를 대표하는 더불어민주당이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서 실망한 국민들 가운데 상당수가 중간 지대로 이동한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현대 정치에서는 국민 각자의 입장이 훨씬 복잡해지고 다원화 된 상황임을 감안해야 한다. 우파 진영에서도 극우라 불리는 초강성 우파에서 중도층에 가까운 느슨한 지지층까지 다양하게 존재하기 때문에 하나의 통일된 입장을 정리하기가 어렵다. 좌파 진영도 마찬가지라서 주사파가 주축을 이루는 종북좌파에서 중도 입장에 기울어진 경우까지도 있는 것이다. 특히 기존 정치에 불만과 분노를 느끼면서 특정한 정치적 자세를 결정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
민주당은 진영 논리에 빠져 내편 정치에 함몰된 채 국민을 향해서는 포퓰리즘적 성향을 강하게 드러내며 미친 집값을 비롯해 일자리 급감, 세금 폭탄, 비정규직 급증, 탈원전, 에너지난 등 국정 운영에서 오판과 패착을 거듭하다가 청년층을 중심으로 한 중도층의 민심이반을 초래하며 5년 만에 정권을 내놓아야 했다. 국민의힘은 반사이익을 강하게 누리면서 2021년 재보궐선거,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모두 승리를 거두었다.
한국민의 성향을 놓고 볼 때 현재 보수우파는 30~35% 정도이고, 진보좌파는 25~30% 정도이며, 중도가 35~45%를 차지하고 있다. 그 대상을 놓고 구체적으로 살펴 보면 세대, 지역, 남녀, 소득·자산·주택 등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양대 진영의 핵심 지지층을 제외하면 나머지 부분들에 위치한 국민들이 중도층인 경우가 많다.
국민 전체로 보면 중도층이 항상 일정하게 존재하기 마련인 상황에서 정치권이 지지층에 안주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확장하도록 만드는 긍정적인 기능이 분명히 존재한다. 민생 현안이라는 말을 많이 하지만 주로 중도층의 이해 관심을 반영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현실이다.
이들 중도층은 무당파로 불리기도 하면서 특정한 정치적 입장을 정하지 않은 국민들로 여겨지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침묵하는 다수로 표현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상식에 기반한 합리적인 사람들이 주축이 되어 균형을 잡고 있다는 국면도 생각해야 한다. 적어도 양대 정당의 지지층과 달리 일방성과 편향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 양당의 콘크리트 지지층이 보이는 비이성적이고 집단이익적인 선택을 무력화하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최근 우리나라 중도층은 지난 문재인 정권의 국정 실패와 그러면서도 잘했다는 뻔뻔함에 질린 나머지 싫증, 혐오, 넌더리 등의 태도를 보이며 등을 돌려 윤석열 보수우파 후보의 당선을 가져왔다. 앞으로도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윤석열 정권에 대해서도 나름대로의 객관적인 잣대를 들이대며 냉철한 평가를 내릴 가능성이 크다. 그 핵심적인 관건으로는 경제, 특히 민생에 가장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어 그에 따른 실적과 평가로 판가름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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