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악산 등산로 일부 폐쇄에 시민 불만 확산
여영준 기자
yyj@siminilbo.co.kr | 2022-06-24 15:20:42
문화재청 헌재 요청 수용...알고보니 땅 주인은 종로구청
[시민일보 = 여영준 기자] 청와대 개방 이후 시민들이 등산로로 애용했던 종로구 삼청로 일부가 헌법재판소장 공관 측 요청으로 폐쇄된 것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커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이 24일 헌법재판소에 등산로 개방을 촉구하고 나섰다. 헌재는 소장 공관 보안을 이유로 관리 주체인 문화재청에 등산로 폐쇄를 요구한 바 있다.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현안점검회의에서 "청와대 개방 이후 북악산 등산로를 많은 시민이 이용하고 있다"며 "그런데 헌재소장 공관 때문에 폐쇄가 돼서 시민 불만이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헌재소장 측에서 폐쇄를 요청한 그 땅은 공공공지라고 한다. 소유권(자)도 헌재가 아니고 종로구청이라고 한다"며 "헌재 측은 소장 사생활보호, 소음 이런 이유로 폐쇄 요구를 했는데 이것도 존중받아야 하지만 국민건강과 행복추구권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청와대 개방 이후 여기 때문에 옥의 티가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는데 헌재 측의 이같은 자세는 권위주의적이고 어떻게 보면 위헌적 태도가 아닐 수 없다"며 "헌재 측은 국민의 행복추구권, 쾌적, 또 건강 이런걸 생각해서 폐쇄된 도로를 개방하기를 요청 드린다"고도 당부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지난 주말에 헌재소장 공관쪽으로 해서 한번 걸어 봤다"며 "도로에서 조금 떨어져서 안쪽으로 굉장히 부지가 크다. 그리고 그쪽으로 낮에 사람들이 통행한다고 해서 무슨 소음피해가 클 것 같지도 않았다"고 했다.
앞서 헌재 측은 공관 사생활 보호와 소음 등을 이유로 청와대와 함께 개방된 공관 앞 등산로를 폐쇄해줄 것을 문화재청에 요청했다. 이에 문화재청은 “토지 소유권이 헌재 측에 있다”며 다시 길을 막았지만 정작 도로 소유자는 헌재가 아닌 종로구청 땅으로 확인됐다. 법원에 따르면 이 길을 따라 100여m 들어가야 나오는 헌재소장 공관 입구 근처에 이르러서야 도로 관리청이 종로구청에서 헌법재판소로 바뀐다.
이번에 막힌 길은 지난 5월 청와대 개방 이후 수십 년 만에 통행이 가능해졌고 입구엔 ‘북악산 한양도성 안내소’가 설치됐었다. 그러나 다시 길이 폐쇄되면서 안내소는 춘추관으로 옮겼고, 현재는 출입금지를 알리는 현수막과 ‘통제구역’이라고 쓰인 울타리가 남았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이 길을 이용해 북악산을 오간 등산객은 지난달에만 평일 약 1000명, 주말 3000명에 달했다. 등산객들은 길이 막힌 지난 2일부터는 길이 폐쇄된 지점에서 400~500m를 우회한 후 다른 등산로를 이용해 산행하고 있다.
이에 서울시민들은 “대통령실도 용산으로 이전한 마당에 등산객들이 애용하던 길을 다시 막는 건 권위적인 태도”라고 비판한다. 특히 서울시가 개방된 청와대 인근을 찾는 보행자 편의를 돕기 위해 이 일대의 보도 폭을 넓히고 횡단보도를 추가하기 위한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에 착수한 것과도 상반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헌재 측은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은 채 등산로 폐쇄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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