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 고시원서 화재··· 스프링클러 작동했지만 2명 사망
연기 마시고 쓰러져 참변
"방화·실화 여부 조사 중"
여영준 기자
yyj@siminilbo.co.kr | 2022-04-11 15:30:23
[시민일보 = 여영준 기자] 1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고시원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는 스프링클러가 제때 작동했는데도 2명이 숨지는 참사를 막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소방 당국은 이날 불이 오전 6시33분경 고시원 내 33개실 가운데 26호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했다.
사망자 2명은 26호 거주자인 70대 이모씨와 15호 거주자인 60대 김모씨로, 각각 고시원 복도와 휴게실 등에서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병원에서 최종 사망 판정을 받았다.
소방 당국은 이들이 대피하는 과정에서 연기를 마시고 쓰러져 화상을 입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밖에 고시원 입주민 16명이 자력 대피했으며, 인근 건물에 있던 70대 여성 1명도 창문을 통해 연기를 흡입했으나 부상자로 분류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은 화재 발생 6분 만에 현장에 도착해 오전 7시15분경 큰 불길을 잡았으며 발생 3시간 만인 오전 9시37분경 완전히 진압했다.
소방은 경찰 등 유관 기관과 함께 1차 합동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윤영재 영등포소방서 소방행정과장은 현장 브리핑에서 "소방 시설과 경보 설비는 작동한 것으로 확인됐다"면서도 "소방대가 화재를 진압한 것이지 스프링클러로 화재가 자체 진압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소방 등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 고시원에 설치된 스프링클러는 간이 시설로, 수조가 있는 '패키지'가 휴게실에 설치돼 있었다.
윤 과장은 "간이 스프링클러의 방수량이 많지 않아 화재가 세면 그 방수량으로 화재가 진압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발화 지점으로 추정되는 26호는 창문이 있는 방으로 확인됐다.
윤 과장은 화재 원인에 관해 "방화인지 실화인지 조사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고시원 입주민인 신모씨는 "거주자 절반 이상이 65세 이상이며, 대부분 직업이 없거나 건설직 노동자"라며 "약은 물론이고 휴대전화도 못 들고 나왔다. 구청에서 머물 숙소를 마련해준다고 하지만 당장 며칠 뒤에 어디로 가야 하는지 기약이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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