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습 공무원제?” - 선관위 친인척 채용, 이대로 괜찮은가?

"분노에서 체념으로, 그리고 순응으로: 청년과 부패의 역설“

시민일보

siminilbo@siminilbo.co.kr | 2025-03-11 15:32:42

이주호 칼럼니스트(사단법인 청렴코리아 청년본부장)

 

  청렴성과 공정성은 공직자의 기본 덕목이자 국민의 신뢰를 받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그러나 최근 감사원이 발표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감사 결과에서 드러난 채용 비리 및 인사 관리 부실 사례들은 이러한 가치가 얼마나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과연 우리 사회에서 '공정한 기회'란 존재하는가? 청년들은 어떤 희망을 가질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더 나아가, 이러한 부정부패가 특히 청년 세대에게 미치는 악영향은 심각하다. 공정한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사회에서 청년들은 분노하고, 때로는 체념하며, 어떤 이들은 역설적으로 부패한 시스템에 순응해 가담하기도 한다. 본 글에서는 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공직자의 청렴성 강화 필요성을 논의하고,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공직자의 청렴성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에 대한 해법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의 감사 결과는 한국 정치의 중요한 신뢰를 위협할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을 드러낸 것이다. 감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선관위가 지난 2013년 이후로 시행한 276회의 경력경쟁채용 과정에서 총 353건의 규정 위반이 적발되었다. 특히 이 결과는 선관위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채용 절차에서 중대한 부정행위가 발생했음을 시사한다.


그 중에서도 특히 고위 간부들의 부적절한 개입과 면접 점수 조작, 친인척 채용 등이 두드러지며, 이러한 문제들은 선거 관리라는 선관위의 본질적인 기능에 대한 신뢰를 크게 훼손시킬 수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사례는 김세환 전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이 2019년, 자신의 아들이 인천 강화군 선관위 8급 공무원으로 채용되도록 부적절한 영향력을 행사한 사건이다. 김 전 사무총장은 채용 과정에서 자녀의 선발을 위한 압박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선관위가 공정하게 운영되어야 할 채용 절차에서 중대한 윤리적 결함을 드러낸 것으로, 고위 간부들의 개인적인 이익이 공공의 이익을 압도하는 사례로 해석될 수 있다.


이 외에도, 선관위 고위 간부들이 친인척의 채용에 개입하거나 면접 점수를 조작하는 등의 부정행위가 적발됐다. 이러한 사례들은 선거를 관리하는 중요한 기관에서 신뢰할 수 없는 인사 운영이 이뤄졌다는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다.

시·도 선관위 상임위원들의 법정 임기를 초과한 근무, 그리고 고위직의 과다 운용에 대한 문제도 지적되었다. 선관위의 상임위원들은 법적으로 정해진 임기 제한을 지켜야 하지만, 일부 상임위원들은 이를 초과하여 불법적으로 근무를 이어갔다. 이는 기관 내 권력의 집중과 남용을 야기할 뿐만 아니라, 선관위의 독립성 및 공정성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이번 감사는 약 3,200명 중 380명만을 대상으로 진행된 결과라는 점에서, 전수조사를 했을 경우 더 많은 규정 위반이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


즉, 감사원이 제시한 수치만 해도 이미 심각하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더 많은 부정행위가 발생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채용 절차는 공정하고 투명해야만 한다는 기본 원칙을 고려할 때, 이 문제는 단순히 특정 인사나 사건에 그치지 않고, 선관위 전체의 신뢰성에 대한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다.

이러한 감사 결과는 선관위가 개혁과 자정 노력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을 분명히 보여준다. 우선적으로 선관위의 고위직에 대한 철저한 감사와 감시 체계를 강화하고, 채용 과정에서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상임위원들의 임기 초과 근무나 고위직의 과다 운용을 막기 위한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 이러한 문제들이 지속된다면, 선관위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유지하는 데 큰 장애물이 될 것이다.


결국, 선관위의 신뢰 회복은 단기적인 개혁 조치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감시와 투명한 운영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달려 있다. 국민들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서는 선관위 내부의 조직 문화부터 혁신해야 하며, 이를 위해 정부와 국민의 협력도 중요하다. 선관위가 다시금 정치적 독립성을 확립하고, 공정한 선거 관리자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강력한 제도적 장치와 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번 감사 결과를 통해 우리는 공직 사회에서 청렴성과 공정성을 지키기 위해 다음과 같은 개선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 채용 및 인사 관리의 투명성 강화: 블라인드 채용을 의무화하고, 공직 채용 절차를 외부 감시 기구가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강력한 감사 및 처벌 제도 도입: 선관위 내부 감사 기능을 강화하고, 외부 기관이 독립적으로 감사를 수행하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비위 행위 적발 시 즉각적인 징계를 내리고, 형사 처벌까지 고려해야 한다.


- 내부 고발 시스템 활성화: 내부 고발자를 보호하는 법적 장치를 마련하고, 익명 제보 시스템을 구축해 신고가 활성화되도록 유도해야 한다.


- 윤리 교육 강화 및 공직자의 책임 강화: 선거관리 담당 공무원들에게 정기적으로 윤리 교육을 실시하고, 부정부패 방지 서약을 의무적으로 요구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 선거 과정의 투명성 제고: 선거 관련 주요 의사 결정 과정과 인사 기록을 공공 데이터로 공개하여 국민이 직접 감시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해외에서도 공직자의 청렴성 문제는 중요하게 다루어진다. 선거 관리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각국은 다양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은 선거 관리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연방선거관리위원회(FEC)를 두고, 위원회를 초당적으로 구성하여 특정 정당의 영향을 최소화한다. 또한, 채용과 인사 과정에서 철저한 감사를 거쳐 투명성을 확보한다.


캐나다는 독립적인 선거관리위원회를 운영하며, 내부 고발 시스템을 강화하여 부정 행위를 신고할 수 있도록 보호 장치를 마련했다. 또한, 외부 감사를 의무화하여 공정성을 유지한다.


독일 연방선거관리청(Bundeswahlleiter)은 선거 관리의 공정성을 위해 선거위원의 임명 과정에서 철저한 심사를 진행하며, 주요 선거 관련 절차는 전 국민에게 공개하는 투명성 원칙을 따른다.

이러한 해외 사례들은 우리나라 선관위의 개혁 방향을 설정하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한국 선관위도 독립성을 강화하고, 투명한 인사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공직 사회에서 청렴성이 무너지면 그 파장은 크다. 특히, 공정한 기회를 빼앗긴 청년 세대는 깊은 좌절과 분노를 느낀다.


수많은 청년들이 밤낮없이 공부하고 스펙을 쌓아도, 결국 취업의 문은 소위 '연줄'을 가진 사람들에게만 열려 있다면 이는 기회의 불평등을 조장한다.


사회가 공정하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청년들은 시스템 자체에 대한 신뢰를 잃고 도전 의식을 상실하게 된다.


더욱 큰 문제는, 일부 청년들이 이 부패한 시스템에 적응하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공정한 경쟁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이들은 결국 '편법'을 배워가며, 부정부패가 세대를 이어 지속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청년들은 부정부패를 가장 강하게 비판하지만, 동시에 가장 쉽게 체념할 수도 있는 세대다. 공정한 사회를 위해 싸우기도 하지만, 때로는 부패한 시스템에 순응하며 편법을 배우기도 한다. 이러한 역설을 해결하지 않으면 부정부패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

청렴성과 공정성은 민주주의 사회의 근본적인 가치이며, 공직자의 신뢰도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다. 이번 선관위 감사 결과는 공직 사회 전반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우리 사회가 더욱 투명하고 공정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감시와 제도적 개혁이 필수적이다. 국민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 공직자 스스로가 청렴한 자세를 견지해야 하며, 이를 위한 강력한 제도적 뒷받침이 반드시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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