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수신 전화 스토킹' 놓고 상반된 판결

法 "음향으로 전달" 유죄 선고
최근 2차례 무죄 판결과 달라

문찬식 기자

mcs@siminilbo.co.kr | 2022-11-22 15:40:28

[인천=문찬식 기자] 수 개월에 걸쳐 수십 차례의 전화를 걸었어도 상대방이 받지 않았다면 스토킹이 아니라는 판결이 최근 나온 가운데 비슷한 사건에서 유죄 판결이 나왔다.

22일 인천지법 형사18단독 김동희 판사는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A(42·남)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함과 동시에 40시간의 스토킹 치료 프로그램을 이수하라고 명령했다.

A씨는 B씨와 함께 동거하다 지난 6월 헤어진 뒤 지난 8월11일부터 9월27일까지 B씨에게 29차례 전화를 걸고, 33차례 문자메시지를 보낸 혐의를 받는다.

총 29차례 전화 중 B씨가 전화를 받지 않은 횟수는 12번이며, 9차례는 수신이 강제 차단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그는 B씨의 집을 찾아가 6시간 가량 B씨를 기다린 적이 있고, "제발 가달라"는 B씨의 호소에 화가 나 현관문 잠금장치를 파손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법원은 A씨의 행위를 스토킹 행위라고 판단했다.


김 판사는 "피고인은 '정보통신망'이 아닌 '전화'를 이용해 음향이나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인 '글'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했다"며 "이런 행위는 스토킹으로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피고인의 죄질이 매우 불량하고 위험성도 높았다"며 "피해자가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고 처벌도 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법원의 판단은 A씨와 비슷한 방법의 스토킹으로 기소된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한 인천지법 형사9단독 정희영 판사, 형사10단독 현선혜 판사의 판결과는 상반된 판단이다.

앞서 정 판사와 현 판사는 "상대방 전화기에서 울리는 '벨 소리'는 정보통신망을 통해 송신된 음향이 아니다"라거나 "휴대전화에 부재중 전화나 발신 번호가 표시됐더라도 이는 휴대전화 자체 기능에서 나오는 표시에 불과하다"고 무죄 이유를 밝혔다.

한편 두 판사가 무죄의 근거로 든 대법원 판례는 17년 전인 2005년 판례로 당시는 스토킹법이 없어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 보호 등에 관한 법률로 반복된 전화 등 스토킹과 유사한 행위를 처벌하던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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