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보도 약간 벗어난 곳도 일시정지해야"

우회전때 보행자 친 운전자
헌재, 檢 불기소 처분 취소

문민호 기자

mmh@siminilbo.co.kr | 2026-05-26 16:07:58

[시민일보 = 문민호 기자]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약간 벗어난 위치에 있더라도 길을 건너려는 상황이었다면 운전자는 횡단보도 앞에서 일시 정지해야 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교통사고 피해자 A씨가 운전자 B씨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헌법소원을 지난 21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용했다.

B씨는 2024년 1월 서울 서초구 한 도로에서 우회전하던 중 일시 정지하지 않고 진행하다 횡단보도를 건너려던 A씨를 들이받아 전치 6주의 상해를 입힌 혐의를 받았다.

하지만 검찰은 당시 A씨가 횡단보도를 다소 벗어난 지점에서 길을 건너다 사고를 당했다는 이유로 B씨를 불기소 처분했다.

도로교통법 27조 1항은 운전자가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하고 있거나 통행하려는 경우 보행자의 횡단을 방해하지 않도록 횡단보도 앞에서 일시 정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A씨는 사고 당시 횡단보도 안에 정확히 있지 않았더라도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던 만큼 검찰 처분이 부당하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헌재는 “2022년 개정된 도로교통법은 보행자 보호 강화를 위해 ‘횡단보도를 통행하려고 하는 때’에도 운전자에게 일시 정지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려는 의사로 이동하던 중 외부 요인이나 걸음걸이, 관성 등 우연한 사정으로 횡단보도를 약간 벗어난 지점에서 사고가 발생했더라도 전체적으로 횡단보도 통행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로 평가할 수 있다면 운전자의 일시 정지 의무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A씨가 횡단보도 앞 인도에 설치된 볼라드 사이에서 차량 통행 여부를 확인한 뒤 횡단보도로 이동하기 시작한 점 등을 근거로 ‘횡단보도를 통행하려고 하는 때’에 해당한다고 봤다.

또 해당 횡단보도가 오른쪽으로 다소 기울어져 설치돼 있었고, 건너편 도로 구조상 A씨가 직진 형태로 이동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의도적으로 횡단보도를 벗어나 건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B씨에 대한 불기소 처분은 청구인(A씨)의 평등권과 재판절차 진술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검찰 처분을 취소했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최근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