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주민 통행로 사들여 통행료 요구 부당… 독점적 사용·수익권 없어"
문민호 기자
mmh@siminilbo.co.kr | 2026-01-20 16:29:07
[시민일보 = 문민호 기자]수십 년간 주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해 온 통행로를 매입한 뒤 통행료를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해당 도로의 소유주라 하더라도, 과거부터 공중의 통행로로 제공돼 왔다면 독점적인 사용·수익권을 주장할 수 없다는 취지다.
전주지법 남원지원 김정웅 부장판사는 A씨가 맹지(盲地, 300㎡) 소유주인 B씨를 상대로 낸 통행료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판결 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번 소송은 1996년 택지개발이 이뤄진 전북 남원시의 한 동네에서 최근 불거진 토지 분쟁에서 비롯됐다.
원고인 A씨는 2017년부터 동네로 통하는 사유 도로(사도)를 비롯해 주변 토지와 주택 여러 필지를 매입한 인물했다. 반면 B씨는 2024년 7월 경매를 통해 토지와 다가구주택을 낙찰받아 이 지역에 비교적 최근 정착했다
다만 B씨가 낙찰받은 토지는 주변이 모두 A씨의 소유 토지로 둘러싸여 있고, A씨까 소유한 사도를 통하지 않고서는 외부로 나갈 수 없는 맹지였다. 이를 알게된 A씨는 “피고 소유 토지에서 외부로 이동하려면 내 땅을 반드시 지나야 한다”며 매달 통행료 2만8260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B씨는 "원고가 소유한 사도는 종전 소유자가 과거 일반 공중의 통행로로 무상 제공하면서 사용·수익권을 포기한 도로"라면서 "원고는 이를 알면서도 사도의 소유권을 취득했으므로 원주인과 마찬가지로 수익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B씨는 해당 사도가 과거 소유자에 의해 일반 주민들의 통행로로 무상 제공돼 그 과정에서 사용·수익권이 사실상 포기된 도로라고 맞섰다. A씨 역시 이런 사정을 알고 소유권을 취득한 만큼 통행료를 청구할 권리가 없다는 주장이다.
재판부는 양측의 주장을 토대로 한 심리 끝에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고 피고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쟁점인 토지는 1996년 사도가 개설되기 전부터 자연발생적으로 주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하거나 최소한 아무런 제약 없이 다녔던 통행로"라면서 "원고는 종전 소유자가 일반인에게 통행로로 제공했던 사도의 소유권을 2017년 취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고는 사도의 소유권을 취득하기 전부터 해당 토지가 오랫동안 무상으로 인근 주민들을 위한 통행로로 사용됐던 사정을 잘 알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사도 개설자가 아닌 원고는 이 사도에 대해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사용·수익권을 행사할 권리가 없으므로 피고 소유 토지의 유일한 통로인 사도의 사용료를 청구할 수 없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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