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변호사 피살사건' 공모 피고인 유죄 선고

2심 "범행지시 인정"··· 무죄→징역 12년

여영준 기자

yyj@siminilbo.co.kr | 2022-08-17 16:30:00

[시민일보 = 여영준 기자] 제주의 대표적인 장기 미제 사건 중 하나인 '변호사 피살사건'의 피고인에 대해 2심 재판부가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광주고법 형사1부(이경훈 부장판사)는 17일 오전 201호 법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살인과 협박 혐의로 기소된 김 모(56)씨에 대해 살해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김씨에 대해 협박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판결도 유지했다. 따라서 김씨의 전체 형량은 13년 6개월이 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상해를 가하는 범행을 지시하거나 음해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며 "무엇보다 피고인은 범행 당시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는 특별 제작된 흉기가 사용된 사실도 알고 있었다. 이는 피고인이 범행을 공모할 당시 피해자가 사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에 따라 피고인은 살인죄의 공동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며 "조직폭력배인 피고인이 위해를 가하고 사주를 받은 후 적어도 미필적 고의를 갖고 피해자를 사망케 해 그 죄질이 무겁고 비난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제주지역 조직폭력배 유탁파의 전 행동대원인 김씨는 1999년 8∼9월 "골치 아픈 문제가 있어 이 모(당시 45세) 변호사를 손 좀 봐줘야겠다. 절대 봐주면 안 된다"라는 누군가의 지시와 함께 현금 3000만원을 받았다.

김씨는 동갑내기 조직원 손 모씨와 이 변호사를 미행하며 동선과 생활 패턴을 파악하고, 구체적인 가해 방법을 상의하는 등 범행을 공모했다.

김씨와 손씨는 이 변호사를 제압하기 위한 범행도구를 결정했다.

이어 이들은 검사 출신인 이 변호사에게 단순 상해만 가했을 경우 사회적 파장이 일고 결국 덜미가 잡힐 것으로 판단해 공모 단계에서 살해까지 염두에 뒀다.

손씨는 1999년 11월5일 오전 3시15분에서 6시20분 사이 제주시 삼도2동 제주북초등학교 인근 노상에 있던 피해자를 발견하고 흉기로 피해자의 가슴과 복부를 3차례 찔러 살해했다.

앞서 검찰은 김씨가 사건 당시 사실상 손씨와 공모해 범행에서 주요한 역할을 했다고 보고 김씨에게 공모공동정범 법리를 적용했다.

1심 재판부는 김씨에 살인 혐의에 대해 직접 증거가 없고, 간접증거만으로 유죄를 인정하려면 합리적인 의심이 들지 않을 정도로 사실이 증명돼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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