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제84조 ‘소추’ 범위, ‘축소해석’ 아닌 ‘물론해석’에서 답 찾아야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의 안정적 국정 운영 보장 장치’, 이법에서 말하는 ‘소추 받지 아니한다’에는 ‘진행 중인 재판 중단’도 포함된다고 봄이 옳아

시민일보

siminilbo@siminilbo.co.kr | 2025-05-03 21:54:52

  김종식 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 소장



어떤 법이 제정될 때에는 그 당시의 사회적 환경에 맞는 목적이 설정되고 이에 국민적 공감이나 합의가 이루어져 법해석에 이론이 없었으나, 세월이 지남에 따라 생활 언어의 의미나 도덕률, 국민의식의 변화 등 시대상(時代相)의 변화로 그 법문이 지닌 의미에 대한 해석이 분분해지기 마련이며, 이때 ‘법해석’은 개인의 권리·의무 등 권익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 대표적인 법해석상의 논란이 최근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시 지금 받고 있는 형사재판이 멈출까?’이다. 이에 이 지면에서는 헌법 제84조에서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訴追)를 받지 아니한다’고 정한 규정에서의 ‘소추 받지 아니한다’는 말이 기소되지 않는다는 것만을 의미하는지, 진행 중인 재판이 있다면 그것도 당연히 중단된다는 것인지 등에 대해 학리해석에 속하는 축소해석(縮小解釋)과 물론해석(勿論解釋)을 중심으로 필자의 견해를 밝혀 보고자 한다.

먼저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는 법문에 대해 ‘축소해석’을 해보자. ‘축소해석’이란 법률의 문언(文言)을 문리(文理)보다 엄격하게 해석하는 태도로 축약 또는 제한해석이라고도 한다.

예를 들어 도로교통법 제2조의 17에서 ‘차마란 차와 우마를 말한다’고 하였기 때문에 당나귀나 노새는 차마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는 ‘문자에 얽매인 좁은 시각’처럼 ‘소추’는 ‘기소만을 말하는 것일 뿐 재판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는 단견(닫힌 생각)이 나오는 경우가 그것이다. 이에 따를 때 대통령에 취임한 후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기소를 당하진 않으나 대통령 취임 이전부터 받던 재판이 있다면 헌법 제84조와는 별개로 그 재판은 계속 받아야 하는 혼돈스런 상황이 전개된다.

다음으로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는 헌법 제84조에 대해 ‘물론해석’을 해보자.

‘물론해석’이란 법문(法文)에 규정된 사항 이외의 사항도 물론 포함되는 것으로 하는 해석으로 당연해석(當然解釋)이라고도 한다. 즉 법문에 일정한 사례를 규정하고 있는 경우에 그 이외의 사례에도 사물의 성질상 당연히 인정되는 경우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이곳에 담배 꽁초를 버리지 마세요’라고 했다면 빈 술병도 당연히 버릴 수 없는 것으로 받아 들여야 한다는 해석으로, 헌법 제84조에서 말하는 소추의 개념에는 기소에 뒤따르는 재판도 당연히 포함(부수)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견해이다.

그럼 헌법 제84조에서 정한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는 법문을 오늘날 우리가 어떤 측면에서 해석함이 최상의 결론이 될까?

소추 받지 아니한다는 말은 기소되지 아니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대통령의 ‘국정 안정적 운영 보장’을 위한 제도적 장치로 마련되었을 이 법조(法條)가 기소와 재판을 분리하여 제정되었으리라 상정(想定)하기는 매우 어렵다. 기소건 재판이건 일련의 소송 과정은 대통령의 안정적 국정 운영을 심히 해친다는 점에서 동질의 상황아닌가! 그런데 대통령에 대한 기소는 안되지만 재임 중 재판은 받아도 된다는 기이한 법을 제정했을 리 만무하다. 헌법 제84조는 분명 기소와 재판을 포함하는 의미를 ‘소추’라는 하나의 말로 표현했으리라 사료된다.

이와 관련, 세간에는 헌법 제84조의 ‘소추’는 기소와 재판을 아우르는 말이라는 ‘물론해석’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우리도 미국처럼 민주적 절차에 따라 당선된 대통령에 대해서는 진행 중인 형사재판이 있을 경우 재판부의 결정으로 그 재판을 중단(퇴임 후로 연기)함이 ‘국정 안정 뒷받침’이라는 본래의 입법 취지와 ‘국민주권주의(국민의 선택을 받은 대통령의 지위)’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지극히 바람직해 보인다. 이는 애매모호한 법문과 법리를 이해하거나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 ‘최후의 보충 법원(法源)’인 조리(條理, Natur der Sache)에도 온전히 부합한다.

*필자/김종식
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소장,경희대학교글로벌미래교육원탐정학술전문화과정지도교수,한국범죄정보학회민간조사학술위원장,前경찰청치안정책평가위원,前국가기록원민간기록조사위원,한북신문논설위원,행정사·공인중개사자격취득,치안정보업무20년(1999’경감),경찰학개론강의10년/저서:탐정실무총람,탐정학술요론,탐정학술편람,민간조사학개론(탐정학),경호학,경찰학개론外/사회분야(치안·국민안전·탐정업·탐정법·공인탐정明暗)등 600여편 칼럼이 있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최근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