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갈이 생각하며

구로세무서 정천성

시민일보

| 2001-05-25 16:38:29

“요즘은 세상이 너무나 삭막하고 사람을 믿어주질 않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저를 믿어주고 또 이렇게 도와주니 큰 용기가 솟아납니다. 세상은 그래도 살아볼 만한 곳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조 사장이란 분과 전화를 한 내용이다.

며칠 전 사업자등록 문제로 조사를 나갔다가 만난 조사장은 어려움 속에서도 새로 사업을 시작하게 된 사연은 이러하다.

“IMF이후 사업에 실패하고 그 영향으로 아내와 불화의 골이 깊어갔다, 한번은 와이프가 한강에 빠져 죽자고 나간 적도 있었지만 네가 울며 말렸다. 급기야 1년 이상 별거상태로 살아오던 중 어느 날 고등학생인 딸이 저에게 보내온 편지는 새로운 삶의 의욕을 심어 주었다.”고 한다.

또한 조씨에게 삶의 희망을 주었다는 딸이 쓴 편지 내용은 이러했다. “아빠, 저는 아빠 엄마와 같이 손을 잡고 교회 가던 시절이 너무 그리워요. 그런 아름다운 때가 우리가정에 다시 돌아오도록 기도하고 있어요. 그렇게만 되면 저는 뭐든지 다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빠가 많이 보고 싶어요. 그리고 아빠 사랑해요…” 저는 그분의 말을 들으며 가정의 소중함을 얼마나 중요한가를 생각해 본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저는 그분의 가정이 회복되길 바란다. 그래서 약간의 서류상 미비점이 있었지만 성실성을 믿고 사업자등록증을 발급해 주었다.

그 당시 사업자등록을 발급해주며 그분에게 저는 이렇게 조언했다.
“사장님, 이번 기회를 통해 사장님이 전처럼 사업이 회복되어 존경받는 남편으로 그리고 다시 딸에게 다정한 아빠의 모습으로 돌아가 자리잡는 다면 좋은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꼭 성공하시길 기원합니다”라며 격려했다.

우리 고향에서는 쓰던 ‘더운갈이’라는 말을 생각한다. 시골에서 심한 가뭄으로 쩍쩍 갈라진 마른논을 몇 번이고 쟁기질을 해두었다가 비가 내리면 온가족이 함께 논에 모를 심기 시작해 가을에 풍성한 벼를 추수한다.

이처럼 현재 처한 상황이 긴 가뭄같이 어렵더라도 꿈을 잃지 않고 노력한다면 분명 단비 같은 좋은 때가 올 것이고 그때에 온 가족이 희망을 심어 결실을 거둘 수 있겠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이런 조사장과 같은 형편에 처한 분이 너무 많다. 모두가 이 ‘더운갈이’를 생각하며 용기를 내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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