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고령화 문제 심각
강서구 문화공보과 홍진표
시민일보
| 2001-10-26 09:33:47
내가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지도 벌써 10여년이 지났다.
대부분 지방공무원들이 그렇듯 나의 첫 근무지는 한 동사무소였다. 발령을 받아 가보니 20대 중반이었던 내가 그 사무실의 막내였다.
돌이켜보면 아무것도 모르고 시키는 대로 열심히 뛰어나녔던 시절이었다.
젊은 혈기에 실수도 많이 했지만 선배들이 의욕적으로 일하는 모습을 보며 격려도 많이 해 주었고 사무실 분위기도 매우 활기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리고 10여년이 지난 지금, 근무하고 있는 사무실에서 나는 아직도 막내를 벗어나지 못했다. 40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밑으로 후배들이 들어오지 않아 지금도 잔심부름을 해야 할 때가 많다. 그나마 사무실에 있을 때는 형편이 조금 나은 편이다.
지난 여름, 수해를 입은 주민들을 구호하려고 직원들 대부분이 지원을 나간 적이 있었다. 모두들 수해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이려고 안간힘을 쓰며 복구작업을 했지만 40대가 주축을 이룬 수해복구는 더딜 수 밖에 없었다. 젊은 사람이 없어 무거운 물건을 몇 명이 달라붙어 쩔쩔매며 나르던 그때 모습을 생각하면 안타깝기만 하다. 공무원들이 복구에 최선을 다했음에도 일부 주민들이 수해복구가 늦어졌다고 불만을 갖는데는 이러한 이유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IMF사태 등으로 신규직원을 거의 뽑지 않은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10년 후를 내다보지 못한 인사행정의 난맥이 그대로 드러난 것 같아 씁쓸하다. 원칙 없이 한꺼번에 많은 인원을 선발하기도 하고 1명도 뽑지 않을 때도 있고….
잔심부름을 하고 힘든 작업 할 젊은 직원들이 필요하다는 말은 물론 아니다. 물이 고이면 썩듯이 어느 조직이나 새로운 인적 구성원의 수혈은 필수적이다. 경륜많은 공무원들이 일을 능숙하게 처리해 나가는 것도 좋지만 젊은 인재들이 신선한 아이디어를 내놓고 가끔씩은 실수도 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땐 예전의 선배들이 내게 해준 것처럼 따뜻한 격려를 해 줄 수 있을텐데….
예전에는 생동감이 있는 사무실 분위기였는데 지금은 확실히 다르다. 우리 사회가 노령화 사회로 접어들었다고 하는데 공무원 사회도 노령화에 접어든 게 분명한 것 같다.
한동안 ‘젊은 피’라는 말이 유행했던 적이 있었다. 구조조정도 어는 정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지금 철철 끓는 ‘젊은 피’가 지방공직사회에도 분명히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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