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의 세계에 풍덩…
시청 경호무술동호회
시민일보
| 2001-11-30 19:49:34
“중지권찌르기” “끝모아치기” “손끝찌르기” “앞다리내려찍기”
시울시청 본관 2층에 위치한 체력단련실.
호랑이 사범의 불호령 아래 검정색 도복을 차려입은 시청경호무술 동호회 회원들이 바닥에 땀을 뚝뚝 흘리며 무술 연마에 여념이 없다. 강호무림에서 활약하던 고수들도 아니고 경호를 업으로 삼고 있는 보디가드들도 아닐진데, 사범의 지시아래 열심히 경호술을 따라해보는 회원들의 표정과 동작이 진지하기만 하다.
“술 취한 행인이 갑자기 내 어깨를 툭툭 치면서 시비를 겁니다. 이럴땐 자신의 몸을 일단 상대 뒤쪽으로 빼고 팔을 누르면서 제압합니다."
졸지에 치한역을 맡은 전태호씨(동호회 총무·교통기획과·34)가 김왕기 사범(대한경호무술협회회장·42)의 인정사정 없는 무술 시범으로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그 자리에 주저앉는다.
“으윽”
한켠에서는 동호회 새내기로 이 날 처음 연습에 참여한 김의택씨(교통기획과·33)가 눈이 휘둥그레진 채 1년차 선배 회원들의 연습장면을 열심히 주시하고 있다.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낯설은 광경이지만, 시청 체력단련실을 출입하는 동료직원들에겐 매주 월·수·금요일 마다 볼 수 있는 친숙한 풍경이다.
"경호무술은 다른 무술과 달리 자기 방어는 물론 제삼자까지 보호할 수 있고 적은힘으로도 부당한 폭력을 제압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무술입니다. 뿐만 아니라 생활체육이나 다이어트의 방법으로도 최고의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경호무술을 익히면서 무엇보다도 대인관계에서의 자신감이 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업무시 적극적이고 활동적이란 평가를 주위로부터 듣게 됐지요."
최고령자인 박관수씨(동호회 고문·폐기물관리과·51)를 비롯 20여명 남짓한 회원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호회 활동으로 체력은 물론 자신감까지 회복했다고 흡족감을 표시한다. 창단이후 계속해서 무술지도를 맡고 있는 김왕기씨 또한 이들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지난 봄 수련회때는 숙소까지 몇km나 되는 거리를 차량이 아닌 도보로 이동할 것을 주문했는데 특유의 성실함과 팀웍으로 군말 없이 해내시더군요. 사설도장에 오는 사람들에 비해 무술 실력도 월등한 편입니다."
그렇다고 이들이 아무데서나 힘자랑을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상대가 어이없게 싸움을 걸어와도 봐줄 수 있는 넉넉함과 인내심을 기르는 것이 경호무술을 배우는 가장 큰 목적임을 항상 가슴에 새기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김양연 기자 yangyoun@simin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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