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하는 젊음은 아름답다
한나라당 부총재 이부영
시민일보
| 2002-01-12 16:36:49
신촌의 한 까페 주인 얘기다. “처음 장사를 시작할 때는 요즘 젊은 손님들 옷차림이 저마다 개성이 있고 멋스러워 보였죠. 그런데 장사를 오래하면서 가만히 살펴보니까, 옷차림에 일정한 패턴이 있더라구요. 근처 옷가게에서 유행하는 대여섯가지 스타일중에 하나를 걸치고 있더군요.”
어쩌면 이 말은 ‘개성 시대’라는 지금 시기의 실체를 꿰뚫어 보는 말일지도 모른다. 남과는 다른, 나만의 독특한 개성과 특징을 표현한다는 젊은이들의 옷차림과 몸치장이 사실은 몇몇 업자들이 주도하는 유행의 흐름속에 갇혀져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21세기식 개성은 심하게 말하면 ‘가두리 양식장 속의 개성’일지도 모른다.
‘소비’를 통해 만족감을 느끼고, 자신의 존재 가치를 확인하는 한 우리는 이런 틀지워 양식장 속에서 빠져 나올 수 없다. ‘개성’이 단지 ‘남과는 다른 것을 소비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한, ‘아름다움’이 ‘남과는 다른 상품을 구매하는 안목’에 의해 얻어질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한, 거대한 소비시장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에 우리의 삶을 의탁하고 살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그 보이지 않는 손의 주인공은 기성세대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단지 기성 세대와는 다른 생각을 하고 다른 행동을 하는 것이 젊음의 특권이며 개성이라고 생각하는 젊은이들을 간혹 접하게 된다. 그러나 그러한 생각과 행동이 기성의 질서를 거부하되, 아무런 새로운 가치가 없는 것이라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더욱이 그것이 소비사회를 움직이는 기성세대의 ‘상품 판매 전략’의 틀 속에서 움직이는 것이라면, 더 이상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문화’의 시대인 90년대와 21세기를 살아왔고,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펼쳐보이는 다양한 생각과 행위가 ‘이유없는 반항’이나 일과성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그러한 창조적, 지속적 노력이 뒷받침 되어야 할 것이다. 기성세대가 틀지워놓은 소비 시대의 소용돌이 속에 휩쓸려 들어가고마는 찰나적 저항이 아니라, 그것을 뛰어넘는 생산적 질서를 위한 21세기식 해답을 우리 젊은이들은 내놓아야 할 책임이 있다.
정녕 나는 지금 이 시기에 젊은이들로부터 ‘소비하는 아름다움’이 아니라, ‘생산하는 아름다움’을 보고 싶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