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을 다녀와서
한나라당 의원 맹형규
시민일보
| 2002-01-23 20:18:38
우리에게 베트남 하면 생각나는 것이 포연과 학살, 보트피플, 고엽제 후유증 등 대체로 부정적인 것들이다.
최근 국회산업자원위원의 자격으로 월남을 다녀왔다. 우리나라의 현지 석유개발 실태, 베트남의 자원현황, 한·베트남의 교역전망 등에 관한 입법자료 조사가 그 목적이었지만 이번 방문에서는 다른 방향에서 더 큰 성과를 얻었다.
우선 베트남과 베트남인에 대한 우리의 시각(어쩌면 나의 시각만인지도 모르지만)이 대단히 잘못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는 점이다.
베트남에 거주하는 한인들은 이상하게 그 나라 국민들에게 끌리는 느낌을 갖게 된다고 토로한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나 자신도 그들에게서 기묘한 동질성을 느끼게 되었다.
베트남의 인종구성은 50여개 소수종족으로 되어 있고, 이중 90% 가까운 절대다수가 비에트족이다. 신기한 것은 이 비에트족이 몽고족으로 우리와 여러면에서 너무나 닮았다는 점이다. 의외로 생김새도 비슷하고 설날 세배하면 용돈을 주는 풍습도 닮았고, 우리가 쓰는 어휘와 흡사한 것들이 너무도 많았다.
특히 우리 민족이 특징적으로 갖고 있는 훈훈한 인정이나 어른에 대한 공경심 그리고 자녀에 대한 교육열 등을 그들도 똑같이 갖고 있었다. 하교시간 베트남의 학교앞에는 자전거와 오토바이에 기대선 학부모가 무리지어 자녀들을 기다린다. 없는 살림에 자녀 과외공부에는 아낌없이 투자하는 것도 너무나 닮았다. 그들은 비록 일인당 국민소득 400달러의 빈곤한 수준이지만 행복지수면에서는 우리보다 높은 것 같았다.
4모작이 가능한 벼농사, 풍부한 과일, 야채, 해산물과 사철 춥지 않은 날씨로 의식주문제가 저절로 해결되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것은 그들의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삶의 자세 때문인 듯 하다.
하노이市나 호치민市(사이공)거리를 재빨리 달리는 무수한 오토바이와 자전거의 행렬이나, 새벽 네시면 공원이나 거리로 아침운동을 나오는 시민들의 모습을 보면서 베트남의 잠재력을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은 오히려 한국인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있었고 현지 기업인들도 베트남인들이 미국, 중국, 일본 등 어느나라 사람들보다도 한국과의 파트너쉽을 선호한다고 입을 모은다. 하노이에서 만난 한 베트남 고위관리는 “한국은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 미국의 용병으로 참전했던 것 아니냐"면서 “우리에게 과거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미래가 훨씬 중요하다"고 양국간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어쩌면 그런 태도는 승자의 여유인지도 모른다.
베트남 민족은 지난날 식민종주국 프랑스를 쫓아냈고, 세계최강 미국과의 전쟁에서 이겼고, 중국의 침략을 물리친 위대한 역사를 갖고 있지만 그런 것들을 깃발을 흔들고 악을 써가며 자랑하기보다는 느긋한 자부심으로 그들의 가슴속에 간직하고 있는 것 같았다.
베트남에는 풍부한 자원과 근면하고 우수한 그러나 비싸지 않은 노동력이 있다. 자본과 기술을 갖고 있는 우리의 협력상대의 하나로 민족적 정서마저 비슷한 베트남이 제격 아닐까.
현지에 진출한 상사 주재원들과 교포 기업인들의 얘기 중 공통된 점이 있었다.
“조국의 이익, 기업의 이익을 위해서 일하지만 베트남의 발전을 똑같이 생각하면서 일한다." 다른 나라에서는 들어보지 못한 많은 것이 내포된 얘기다. 21세기 한·베트남의 우호관계 발전과 베트남의 번영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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