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제가치국평천하

푸른정치연합 대표 장기표

시민일보

| 2002-03-23 17:01:09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는 말을 한번도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별로 없을 정도로 우리는 이 말에 익숙해 있다. 그러나 이 말대로 실천하기가 대단히 어려운 것 또한 현실이다.

이 말은 공자가 백성을 다스리는 근본도리를 밝혀놓은 대학(大學)의 중심사상으로 우리가 이 말에 익숙한 것은 위정자는 마땅히 그러해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요즘 전, 현직 대통령이나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들의 아들들의 일을 보노라면 과연 이분들이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 말을 한번이라도 마음속 깊이 생각해 본 일이 있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현철씨가 국정에 개입하고 부정사건에 연루된 일로 국민의 지탄을 받은 것은 물론 마침내 구속까지 되어 자기 부친의 국정운영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한 바 있다.

지금 아들들 문제로 국민의 지탄을 받고 있는 김대중대통령은 바로 김현철씨의 국정개입과 부정사건연루를 규탄한 바 있다. 이랬던 김대중대통령이라면 자신이 대통령이 되었으면 아들들을 불러 놓고 국정에 개입하지 않는 것은 물론 부정사건에 연루되는 일이 없도록 처신할 것을 엄중히 당부했어야 마땅하고 그 아들들 또한 전직 대통령 아들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각별히 조신했어야 할 것이다.

특히 김대통령은 큰아들 홍일씨가 국회의원이 되지 못하도록 했어야 하고, 또 둘째아들 홍업씨더러 이미 말썽이 많았던 아태재단에 관여하는 일이 없게 했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큰아들은 국회의원이 되게 하고 둘째아들은 아태재단 이사장이 되게 해서 오늘과 같은 문제를 야기하게 했으니 안타까움을 넘어 참으로 어리석다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게이트사건이 터졌다하면 김홍일씨 이름이 거론되고 심지어 조직폭력배들과 함께 놀아난 것처럼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마침내 신병치료 차 미국에 갔다가 돌아오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김홍업씨는 ‘이용호게이트’에 연루되어 온갖 구설수에 올라 있다. 심지어 차정일 특별검사팀이 “못 볼 것을 보았다”는 말을 하여 어마어마한 부정사건이 드러나고 있음을 시사한 일이 있는데 이 말이 아무래도 김홍업씨와 관련되어 있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아들들이 아버지의 말을 듣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김대통령이 아들들로 하여금 그런 일을 하도록 시킨 것인지 알기 어려우나 김대통령이 수신제가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더 어처구니없는 일이 있으니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의 아들들이 야기하는 문제다.

지난 97년 대선 때 아들들 병역문제만 없었던들 대통령이 되었을 정도로 아들들 문제로 그토록 고통을 겪었는데다 전, 현직 대통령 아들들 문제로 온갖 국가적 어려움이 초래되고 그 당사자들이 온갖 곤욕을 치르고 있음을 보았으니 자신은 아들들이 분명한 처신을 하도록 다짐을 해두었어야 할 텐데, 재산공개에서 빠지고 미국에서의 호화유람생활과 딸의 미국국적 취득 의혹에다 100평이 넘는 집에 잠깐씩 기거하는 문제 등으로 물의를 야기하고 있으니 어떻게 이렇게나 어리석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이다.

도대체 이런 사람들이 대통령을 하거나 또 대통령이 되겠다고 하니 나라가 잘 될 턱이 없다. 그런데도 이런 사람을 지지하는 사람이 많아서 이들이 대통령이 되었거나 또 될 가능성이 많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이런 사람들이 대통령이 되는 일을 막으려면 결국 국민들이 정신을 차려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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