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백수광부-보이첵

미완성의 열린 결말

시민일보

| 2002-11-05 17:22:47

1836년에 쓰여진 독일의 게오르그 뷔히너의 ‘보이첵’은 미완성 희곡이다.

평범한 한 시민인 보이첵이 동거녀 마리를 살해한 살인 사건을 다룬 이 작품은 뷔히너가 각 장면은 완성했지만 구성은 미완성으로 남겨둔 채 요절해 오늘날에도 극의 완결성에 대해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다양한 연출 해석이 나오는 걸작이다. ‘보이첵’은 미국 로버트 윌슨의 실험극으로 러시아의 연극으로, 프랑스의 무용, 독일의 베르너 헤어초크의 영화, 마임극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에게 공연돼 늘 새롭고 흥미로운 작품으로 재생산됐다.

현대인의 삶을 탐색해 온 실험연극 공동체 ‘극단 백수광부’가 표현한 보이첵 또한 새로운 구성과 실험성으로 원작에 대한 고민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공동체 속의 개인과 개인들의 집합체인 공동체 안에서의 관계와 보이지 않는 어떤 힘에 조종당하는 인간에 대해 탐미한다.

보이첵 이외에 다른 인물들의 대사를 절제하고 과장된 몸짓을 이용한 감정과 상황 표현 그리고 텍스트와 달리 새롭게 설정된 카알이란 인물은 극중의 모든 사건을 지켜보며 개입하고 때론 다른 인물의 연기를 도와 주기도 한다. 카알의 상징은 등장인물에게는 보이지 않지만 그들을 지배하고 늘 존재하는 힘을 의미한다.

군인이긴 하지만 중대장의 이발사 노릇을 하고 군대의 허드렛일을 하며 푼돈을 버는 보이첵은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도 곤궁한 처지의 평범한 인간이다. 보이첵의 삶을 지탱해주는 유익한 낙은 동거녀 마리와 출생이 불분명한 아기다.


번 듯이 살지 못하지만 사리분별이 분명한 그는 자신이 점점 정신적으로 이상해지고 있음을 느끼고 마리와 그의 동료 안드레스에게 호소한다. 한푼의 돈을 더 벌기 위해 그는 군대의 의사에게 콩알 한 알씩을 배급받으며 생태 실험의 대상이 돼 가는 사이에 마리는 군악대장과 사랑에 빠진다. 마리 스스로도 성경과 아기를 앞에 두고 그녀의 욕망과 이성에 갈등하지만 마리의 부정을 안 보이첵은 결국 그녀를 살해하고 만다.

보이첵의 살해 동기에 관해서는 그동안 많은 논란이 있었다. 단순히 정신병적 극단의 상태에서 살인을 저질렀다든지, 사회의 구조가 결국 그를 살해까지로 유도했는지, 사랑하는 애인에 대한 극도의 질투로 보는 견해 등 다양한 의견이 제시된다.

그러나 작품의 결과를 해석하는 것은 전적으로 받아들이는 관객의 몫이다. 열려있는 결말이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일 수 있는 관객의 해석은 보이첵을 관극 하는 묘미중 하나라 할 수 있다.
17일까지 대학로 연우소극장
/문향숙기자 cult@simin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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