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금파리 한 조각
한국적 문화·예술 美가 인정
시민일보
| 2002-11-11 18:23:09
린다 수 박. 우리에겐 낯선 이국적인 이름을 가진 그녀는 국내보다는 미국에서 더 잘 알려진 아동문학작가다. 그녀가 유명해지기 시작한 것은 올해 초 ‘사금파리 한 조각(A Single Shard)’로 미국 최고의 아동문학상 ‘뉴베리상’을 수상하면서부터다.
‘사금파리 한 조각’(이상희 譯 서울문화사 刊 전2권)은 12세기 고려시대 도자기 마을을 배경으로 소년 목이가 도자기를 배우는 과정을 그린 성장 소설.
린다 수 박은 목이라는 소년을 통해 가족의 의미와 자신의 일을 하는 조그마한 일상의 순간에도 만족하는 모습을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힘든 노동은 그 자체가 보상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힘든 노력을 하면 반드시 큰 성과를 가져오고 금전적 성공이나 사회적 신분상승, 혹은 명성을 얻게 된다는 생각을 갖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이룰 수 없는 꿈에 지나지 않죠. 일 그 자체에 만족을 얻지 못하면 실의와 비통에 찬 삶을 살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부모 모두 한국인인 한국계 미국인이지만 한국말은 하지 못한다. 1950년대 미국으로 건너간 부모는 이민 1세대로써 느끼는 언어 장벽을 자식에게 겪게 하고 싶지 않아 영어 사용만을 고집해 왔기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부모의 도움으로 독서를 하는데 익숙했던 그녀는 자연스럽게 문학의 길로 들어설 수 있었다. 4살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하고 책읽기를 좋아했던 그녀는 9살때는 어린이 잡지에 시가 당선되기도 했다.
그녀는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하고 홍보, 광고, 언론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글 쓰는 직업을 가졌으며 음식칼럼니스트로 활동해 음식 저널리스트상을 받을 정도로 음식에 조예가 깊었다.
린다 수 박은 첫 작품 17세기 한국 양반 가문의 12세 소녀이야기 ‘널뛰는 소녀(Seesaw Girl)’에서부터 그녀의 아버지가 직접 삽화를 그린 ‘연싸움(The kite Fightness)’ 그녀의 문학 세계에 정점을 이룬 ‘사금파리 한조각’, 최근작 2차 대전 한국을 배경으로 한 ‘내 이름이 게오꼬였을 때(When my name was Keoko)’까지 앞으로도 한국을 배경으로 한국적인 정서가 가득 담긴 소설을 쓸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한국의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책을 읽도록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자녀들과 함께 즐기면서 독서를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향숙기자 cult@simin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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