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유도원도
‘아름다운 사랑이야기’ 우리정서 ‘무대위로…’
시민일보
| 2002-11-12 17:31:34
남녀간의 비극적인 사랑을 다룬 이야기는 시대를 떠나서 언제나 대중들의 가슴을 울려왔다. 영국 엘리자베스 시대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현대에도 변함 없이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그들의 안타까운 사랑과 정서는 자연스럽게 현대인의 심금을 울릴 정도로 보편적이다.
그러나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러브스토리가 지극히 서양적인 감성에 바탕을 둔 작품이 주류를 이뤘던 것에 비해 동양적인 소재에 한국적 정서가 담긴 러브스토리가 막을 올린다.
국내·외적으로 큰 인기를 모았던 ‘명성황후’의 제작사 에이콤이 선보이는 창작뮤지컬 ‘몽유도원도’는 우리의 정서를 담은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안평대군이 도원에서 꿈을 꾸며 노는 광경을 안견이 그린 산수화와 안평대군이 꿈꿨던 유토피아를 소재로 쓰여진 최인호의 소설과도 같은 제목인 ‘몽유도원도’는 최인호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폭의 수채화 같은 장면을 선보인다.
작품의 내용은 삼국사기의 ‘도미부인’의 설화에서 모티브를 따왔지만 단순한 역사물이 아닌 시대를 초월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사랑, 욕망, 질투 등 인간 원형의 정서를 담아낸다.
개로왕 여경은 꿈속에서 본 아름다운 여인을 찾기 위해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방방곳곳에 여인의 그림을 붙이고 찾아 나선다. 여경은 마을 축제에서 꿈속의 여인 아랑을 찾아내지만 그녀와 마을의 청년 지도자 도미와의 약혼식을 위한 축제라는 것을 알고 분노한다. 여경은 도미에게 아랑을 뺏기 위해 내기를 제안해 승리하지만 도미는 아랑이 다른 남자와는 몸을 섞지 않을 것이라 자신한다.
아랑 대신 그녀의 시녀가 여경에게 보내진 것을 알게되자 여경은 분노에 휩싸여 도미의 눈을 멀게 하고 추방명령을 내린다. 아랑은 자신의 얼굴 때문에 모두가 불행해졌음을 흐느끼며 갈대로 자신의 얼굴에 생채기를 낸다.
뮤지컬 ‘몽유도원도’는 동양적 정서와 회화성을 강조해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하는데 무게 중심을 뒀다. 철저한 고증을 거쳐 강상제(江上祭)가 재현되고 도미의 혼을 위로한 진혼굿 장면도 동양적인 아름다움이 배어나도록 디자인했다. 무대에 트랙을 설치, 커다란 배가 무대 위를 미끄러져 다니기도 하고 강물의 움직임도 표현된다.
연출가 윤호진을 비롯 작사·곡에는 김희갑·양인자, 편곡에는 피터 케이시, 무대디자인에 박동우 등 굵직한 스태프들이 총집결했다.
출연진에는 꿈속의 여인을 향한 집착과 욕망의 화신으로 분한 여경 역에 김성기가, 비련의 여주인공 아랑역에는 김선경과 ‘오페라의 유령’의 여주인공 크리스틴을 열연했던 이혜경이 더블 캐스팅 됐으며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주인공 베르테르를 맡았던 서영주는 도미 역을 맡았다. 15일부터 12월 1일까지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 580-1300
/문향숙기자 cult@simin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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