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사와 모사

쿠데타 이후 두공신의 갈림길

시민일보

| 2002-11-17 16:19:46

조선시대 태종 이방원의 시대를 이끈 공신으로 하륜과 이숙번을 빼놓을 수 없다.

하륜은 정도전을 제거하고 이방원의 정권을 탄생시키는데 최고의 공로자였다. 그는 다른 이들이 앞다퉈 공을 내세우며 재물 모으기와 자기 사람 만들기에 혈안이 됐을 때 철저히 중립을 지켜 죽을 때까지 왕의 신임을 잃지 않았다.
반면 이숙번은 문무를 겸비하고 과감한 결단력을 가졌으나 과도한 권력을 휘두르다가 초라한 죽음을 맞았다. 이숙번의 치밀한 두뇌와 결단력은 창업에는 절대적으로 필요했지만 창업 이후 다음 보위를 잇는 왕에게는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었다.

‘책사와 모사’(이경채 著 생각하는 백성 刊)는 쿠데타로 정권을 탈취하는데 중심적 역할을 했던 인물들 중 집권 후 전혀 다른 길을 간 두 사람을 비교 분석해 놓았다.

고려를 멸망시키고 태조 이성계를 조선의 왕으로 추대하는데 중심적인 역할을 했던 무학대사와 정도전의 활약상과 그 말로를, 조카 단종을 몰아내고 왕위를 찬탈한 세조 때의 현실주의자 신숙주와 늙은 나이에 권력욕에 빠져 비참한 말로를 맞은 김종서, 현실보다는 도학적인 이상 때문에 헛된 죽음을 자청한 성삼문을 현대적인 시각에서 비교했다.


폭군 연산군을 몰아내고 중종을 옹립해 왕보다 더한 권력을 휘두르다 젊은 나이에 알 수 없는 이유로 죽은 박원종과 정난 공신들을 견제할 목적으로 중종이 등용한 사림의 조광조의 초보적인 정치력을 꼬집어 사실적으로 표현했다.
저자는 소설체 형식으로 정통 사가가 아닌 현대적이고 대중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우리가 익히 알고 있었던 인물의 왜곡된 사실을 지적한다. 320쪽 8,500원
/문향숙기자 cult@simin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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