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호작품 발레로 ‘만끽’

‘러시안 햄릿’등 3편

시민일보

| 2002-11-26 15:08:23

러시아 현대발레단 ‘보리스 에이프만 발레단’이 다시 한국을 찾는다.

지난해 LG 아트센터에서 내한 공연 당시 매회 관객들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관심과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보이스 에이프만 발레단의 다섯 번째 내한공연.

이번에 선보일 작품은 ‘러시안 햄릿’, ‘카라마조프가(家)의 형제들’, ‘돈 키호테-어느 정신이상자의 환상’ 등 세 편이며 다음달 3∼5일까지 LG아트센터 공연후 전주, 울산, 대전 등 지방순회로 이어진다.

국내 초연되는 ‘러시안 햄릿’은 이 발레단의 요즘 경향을 가늠할 수 있는 최근작.

표트르 대제와 함께 러시아 사상 가장 위대한 군주로 꼽히는 여제 예카테리나 2세와 불행했던 그 아들 파벨을 소재로 했다. 예카테리나 2세는 18세기 러시아를 유럽에 맞서는 강국으로 키웠지만 그 이면엔 남편을 암살하고 제위에 오른 어두운 집권과정이 있었다. 이때문에 아들 파벨은 ‘러시안 햄릿’으로 불리며 끊임없는 암살 위협에 시달려야 했다. 화려한 황실을 배경으로 한 작품은 역설적으로 그 화려함 속에서 처절한 고독과 불안으로 서서히 파멸해간 이들의 영혼을 그린다.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은 지난해 내한 때 많은 사랑을 받았던 작품. 도스토예프스키가 원작에서 다룬 철학과 종교, 인간에 대한 질문을 두 시간여의 발레에 잘 압축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돈 키호테-어느 정신이상자의 환상’은 원작과 달리 병원에 수감된 정신병자 돈 키호테의 무의식과 환상을 통해 인류가 잊고 지내는 사랑, 정직, 배려 등의 가치를 서정적으로 역설하는 작품으로 국내에 처음 소개된다.

고전발레의 강국 러시아에서 드물게 현대발레를 추구한 보리스 에이프만 발레단은 춤에 문학성과 철학성을 담은 ‘드라마틱 발레’를 특징으로 작품 소재도 셰익스피어, 몰리에르, 도스토예프스키 등 세계적 문호의 작품이 많다.

이 무용단을 이끌고 있는 인물은 보리스 에이프만. 소비에트 연방 시절 공연예술인에게 주어지는 최고의 찬사였던 ‘러시아 국민예술가’ 칭호를 얻었으며 공연예술계 최고 권위 상인 골든마스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10살부터 안무를 시작한 에이프만은 이후 바가노바. 키로프 발레 학교 안무가, 말리 오페라 발레 극장 안무가 등을 거쳤고 75년 키로프 발레단의 ‘불새’를 안무하면서 세계 무용계의 주목을 받았다.

고전발레의 정형성을 거부했던 그는 77년 자신의 이름을 내건 발레단을 창단하면서 연극성과 현대무용의 표현력을 덧입힌 현대발레로 명성을 쌓아갔다.

한편으로 그는 일찍부터 ‘소비에트적인 예술’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정부로부터 수차례 경고를 받았다. 이 때문에 발레단 창단 초기 해외 순회공연도 나서질 못 했지만 10년이 지난 후에 파리에서 첫 해외공연을 하면서 세계 무용계의 이목을 사로잡았고 이후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 활발히 초청공연을 하고 있다. ☎2005-2114
/문향숙기자 cult@simin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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