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여행....어디로 떠나볼까
용인 세중옛돌박물관
시민일보
| 2002-11-28 17:57:35
날씨는 춥고 차는 밀리고 주말에 가볍게 가족이 다녀올 만한 곳은 없을까?
쉽고 편하게 갈 수 있는 가족나들이로는 박물관 만한 곳도 없다. 돌의 다양한 모습, 쓰임새와 더불어 돌조각들의 변천사를 보고 올 수 있는 즐거운 기회를 가져보면 어떨까. 말 없이 옛 이야기를 들려주는 크고 작은 석조유물 만여 점이 양지 계곡과 숲을 끼고 둥지를 틀고 있는 곳. 바로 용인시 세중옛돌박물관으로 가보자.
돌이라고 하면 그냥 자연돌이나 혹은 장식용 수석을 생각하면 오산이다. 용도에 따라 제각기 다른 모습으로 오래 전에 살았던 사람들의 문화와 삶과 신앙을 전해주는 성스러운 영역이라고나 할까?
이 곳은 오랜 세월동안 관리가 되지 않은 채 방치되었거나 밀반출 됐던 많은 석조유물들이 비로소 한 자리에 모여 2000년 7월에 박물관을 개원하게 된 것이다. 물론 이 유물들이 모이게 된 데에는 나름대로 우리 돌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가지고 이십여 년 간 수집하고 또 개관 일년 후에는 일본으로 반출되었던 것들을 자비로 환수하는 노력을 아끼지 않은 박물관 설립자 천신일 씨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전시된 유물들은 수호신(지킴이)의 역할을 하는 장승 돌탑 선돌 문·무인석등과 불교 신앙물로 만들어진 부도 불상 탑 석등 사천왕상들, 민간에서 자연적으로 전승돼 온 민간신앙물, 당산 신당 남근석 솟대 민중불상이나 미륵, 묘에 사용되는 것들로 동물상들이나 향로받침돌 상석 십이지신상 등이 있으며 그 외에 일반 생활 용구들로 구분 지을 수 있다.
각각의 수나 종류가 너무나 다양해서 웬만한 종류의 돌 작품들은 이 곳에 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여 점의 유물들이 모두 13개의 야외전시관과 1개의 실내 전시관에 빼곡이 전시되어 있으며 전시품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조각된 문화재이기에 학술적인 가치로나 미적 문화적으로도 그 가치가 높다.
특히 석인상들은 우리나라 능묘제도에 나타난 석인상의 변천과정을 연구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5000여평 되는 터에 고루 배치된 전시관을 돌아보자면 만만치 않겠지만 각각의 유물들을 볼 때 그냥 지나치지 말고 자세히 들여다보자.
얼핏보면 다 비슷하게 보이지만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보면 섬세한 조각의 아름다움, 투박한 솜씨로 소박하게 조각된 것들을 바라보는 편안함, 그리고 다양한 모양을 비교해보는 재미로 인해 시간가는 줄 모르게 될 것이다.
아이가 어리다면 굳이 모든 것을 관람하려고 애쓰기 보다 하나를 보더라도 흥미롭게 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어린이들이 관람하러 와서 하나를 선택해 그려보는 것도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인데, 다른 것과 비교해 가며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고 즐겁게 유물에 접근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실내전시관 맞은편쯤에 있는 커다란 돌탑을 자세히 보면 켜켜이 다듬이돌로 쌓은 것임을 알 수가 있다. 도대체 어디서 그 많은 다듬이돌을 어디서 다 구했을까 싶어서 슬며시 미소를 띠게 된다.
실내전시관 근처에 있는 생활 용구들은 연자방아, 맷돌, 우물돌, 돌솥, 태를 담았던 태함, 약초를 자르는 약연 등이 있어 그 하나하나가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 하다.
이 곳이 더욱 가족나들이로 좋은 이유는 주변의 경치다. 산과 계곡이 있어서 이리저리 다니다 보면 야외 나들이 나온 것과 같은 마음의 여유를 느낄 수 있을 뿐 아니라 겨울에 눈이라도 쌓이면 언덕 곳곳에 눈을 뒤집어 쓴 석물들의 모습이 한 폭의 그림이다. 게다가 곳곳의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국악의 선율은 색다른 여유를 느끼게 해서 관람을 더욱 즐겁게 만들어 준다.
찾아가는 길
영동고속도로-양지인터체인지-고가도로에서 우회전-양지사거리-아시아나골프장방향-박물관
입장료 어린이,노인 2,000원, 청소년 3,000원, 어른 5,000원
☎ 031-321-7001
사진제공 세중옛돌박물관
글 여행칼럼니스트 김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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