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장 ‘줄리어스 시저’
시대 변해도 정치는 그대로…
시민일보
| 2002-12-03 18:23:34
제16대 대통령 선거가 불과 20여일도 남지 않았다. 한 나라를 대표하는 인물이자 최고의 권력자를 뽑는다는 것은 만만치 않은 고민을 준다. 엇비슷한 선거 공약과 정치인생, 상대방을 비방하는 자세 등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매번 되풀이되는 정치판은 시대가 변해도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인다.
기원전 로마시대의 줄리어스 시저와 브루터스, 안토니어스의 정치 인생 역시 마찬가지다.
자신이 가장 믿고 총애했던 사람의 칼에 쓰러지며 ‘브르터스, 너마저’를 외쳤던 시저, ‘내가 시저를 사랑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로마를 더 사랑했기 때문’에 배신자가 된 브루터스, 민중들에게 여덟 번이나 브르터스를 칭찬하는 듯하면서도 시저의 복수심을 이끌어 낸 안토니어스, 브르터스를 앞세워 배신의 칼을 든 캐시어스. 이들 중 어느 한 사람도 악인은 없다.
단지 서로 다른 이상을 가졌을 뿐이며 자신의 이상에 걸림돌이 된다면 과감히 칼을 뽑지 않을 수 없는 정치인일 뿐이다.
로마의 군인이자 정치가인 영웅 시저는 앤토니어스를 비롯해 시민들에 의해 황제로 추대를 받지만 로마의 공화정이 유지되어야 한다며 이를 거절한다.
브르터스는 로마 시민들 앞에 나가 시저가 황제가 되려는 욕심이 있어 공화정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암살했다며 시민을 다독거린다. 브르터스의 허락을 받아 시저를 조문한 안토니어스도 로마 시민들 앞에 나가 연설을 시작한다. 그러나 안토니어스는 시저는 황제가 되려는 욕심이 없었고 로마를 가장 사랑한 사람이었다며 은인이자 인격자인 시저를 죽인 브르터스 일파를 축출해야 한다고 군중을 선동한다.
시저가 암살 당한 후 공화정과 제정이라는 서로 다른 정치 지향을 추구했던 두 집단의 다툼에 맞춰진 이 작품은 시대를 초월해 되풀이되는 권력 갈등과 정치인의 유형을 보여준다.
논리적인 브르터스의 연설과 대중의 마음을 흔드는 안토니어스의 선동적인 연설은 두 사람의 성격과 야심이 잘 드러난 작품의 하이라이트. 국립극장 세계명작시리즈의 일환으로 기획됐으며 60여명이 출연하는 대작이다. 공연시간 160여분. 8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문향숙기자 cult@simin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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