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죽어도 좋아’
“사랑에 나이가 무슨 상관이야”
시민일보
| 2002-12-04 16:17:00
“젊은 사람들보다 멋지게 살려고 한 것이 영화까지 찍게 됐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박치규 할아버지와 이순예 할머니의 ‘죽어도 좋아’(제작 메이필름, 감독 박진표)가 드디어 간판을 내건다. 세 차례의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 끝에 마지막 프린트 수정을 거친 후 18세 관람가 등급을 받아낸 이 작품은 실제 70대 노부부의 사랑과 섹스를 그린 영화.
상영시간 67분에 다큐멘터리적인 느낌이 강하지만 이 영화가 가지는 힘은 이야기의 기승전결이나 영화적 관습보다는 서로를 사랑하며 살아가는 노부부의 모습을 쫓아가는 것에 있다.
개봉에 앞서 열린 기자시사회에 주연배우 박치규 할아버지와 이순예 할머니가 자리해 기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나란히 분홍색 한복을 입고 기자들의 요청에 사진을 찍는 두 배우의 모습은 어색하기도 했지만 어느 스타배우 못지 않게 다정하고 자연스런 포즈를 보여줬다.
은밀한 부분까지 다 공개됐는데 부끄럽지 않냐는 직설적인 질문에도 노부부는 살아온 시간들이 느껴지듯 자연스레 답했다.
할머니는 ‘늙었지만 그래도 여자인데 부끄럽기도 하다. 늙어서도 섹스를 못하는 것은 아니다. 능력만 있으면 언제든 가능한 것이 아니냐’며 당당히 말했고 할아버지 역시 ‘부끄러운 거 없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 좋을 뿐이다. 천생연분이라는 말이 딱 맞는 말’이라며 애정을 과시했다.
또한 관객들에게 당부의 말로 할아버지는 ‘늙거나 젊거나 중요한 것은 사랑이다. 언제까지나 청춘은 없으니 젊은이들도 이것을 보고 멋지게 살아갔으면 좋겠다’고 했으며 할머니는 ‘늙은 사람도 용기 내서 살아갈 수 있었으면 한다. 건강만 있으면 우리처럼 기쁘게 인생을 살 수 있다’고 답했다.
가족들이나 주위 사람들의 반응에 대해 할아버지는 ‘자손들에게 양해 구할 것도 아니고 좋게 생각하겠지’ 라며 담담했고 할머니는 ‘얘들이 조금은 어렵게 생각해서 오히려 이 영화가 대박이 날 것이라고 용기를 줬다’고 말했다.
노부부의 사랑을 여과없이 보여준 ‘죽어도 좋아’는 오는 6일 서울 15개, 전국 40여개 극장에서 상영된다.
/문향숙기자 cult@simin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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