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 품행제로

80년대‘학교 짱’ 좌충우돌 첫사랑

시민일보

| 2002-12-29 15:15:20

주먹과 ‘뻥’으로 문덕고등학교를 평정한 ‘짱’ 중필(류승범)은 학교의 똘마니들로부터 살아있는 전설로 추앙받는다. 중필을 ‘전설’로 만든 것은 주먹실력과 거침없는 말발 외에 ‘궁색한 변명을 수학공부보다 싫어한다’는 특유의 카리스마.

‘열라 물결치고 바람부는’ 질풍노도(疾風怒濤)의 사춘기에 ‘로라장’과 뒷골목을 주무대로 ‘삥 뜯기’와 ‘춘화(春畵)제작’을 일삼던 중필에게 어느날 일생을 뒤바꿀 만한 사건이 발생한다. 바로 정란여고의 모범생 민희(임은경)에게 ‘필‘이 꽂힌 것.

이제 ‘품행제로’의 중필은 ‘품행방정’의 민희의 마음을 사로잡으려고 피나는 노력을 시작한다. 유명 상표 신발 빼앗아 신기, 클래식기타 배우기, 모범생과 친해지기 등 변신과 변신 끝에 결국 중필은 민희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주먹 짱’에 예쁜 여자친구까지 거칠 것이 없던 그에게 새로운 위기가 다가온다. 바로 전학생 상만(김광일)이 하나하나 강적들을 제압하며 중필의 전설을 위협하기 시작한 것. 한 하늘에 태양이 두 개일 수는 없는 법. 중필은 ‘지존’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상만과의 대결에 나서는데….

영화 ‘품행제로’(제작 케이엠컬쳐)는 김승진의 ‘스잔’과 박혜성의 ‘경아’가 하이틴들의 마음을 사로잡던 80년대 남자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영화는 그 시절 한 학교에 한 두 명씩은 있었던 적당히 카리스마도 있고 무식하며 싸움도 잘하는 1~2년쯤 ‘꿇은’ ‘XX형’이 등장하는 이야기다.

‘품행제로’의 가장 큰 장점은 당시의 학창시절을 그대로 스크린에 옮겨놓은 듯 한 80년대 모습. 나무 책상 위에 새겨놓은 낙서나 요즘은 예비군 훈련에서도 보기 힘든 ‘쌈치기’, 책장 넘기며 만들어내는 ‘활동만화’ 등 그 시절 학생들이 했던 장난은 사실적이고 ‘한 놈, 두시기, 석 삼, 너구리~ 구봉서’식의 숫자세기나 ‘원 펀치 쓰리 강냉이’ 따위의 ‘유치 뽕짝’인 대사도 정겹다. 반달가방에 신발은 ‘나이스’ 운동화, ‘헤어 고정제’인 ‘웰라폼’을 머리에 바르고 허리띠를 길게 늘어뜨린 모습도 옛날 그대로다.

간혹 눈에 띄는 무리한 설정이나 후반부가 다소 늘어지는 약점도 있지만 그다지 큰 단점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재치있는 대사나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가 호감을 주는 편. 류승범은 제몸에 딱 맞는 배역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있으며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이후 현실 세계에 돌아온 임은경의 연기도 무난한 편이다. 2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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