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

이영란 정치행정팀장

시민일보

| 2002-12-29 16:25:09

최근 재건축열기가 가라앉으면서 일각에서 리모델링 열풍이 몰아치고 있다.
그런데 요즈음에는 정치권에도 리모델링 바람이 한창이다.

특히 민주당은 한화갑 대표가 차기 당권 불출마 및 조기전대 수락 입장을 밝힘에 따라 민주당의 당 개혁과 인적구조 개편 흐름이 급류를 타면서 리모델링을 향한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물론 구주류 일부는 여전히 인적 청산에 반발하고 있어 향후 갈등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역시 대세는 리모델링을 향해 흐르고 있다.

몇몇 가구주가 리모델링을 반대할 경우 이를 찬성하는 대다수의 가구주들로부터 비토를 당하기 때문에 결국 어쩔 수 없이 대세에 합류하게 되는 원리와 마찬가지다.

실제로 김원기 고문, 정대철 선대위원장 및 선대위 본부장급 의원 20여명 등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측 인사들은 26일 오전 여의도에서 모임을 갖고 당 개혁특위에 적극 참여, 개혁프로그램을 입안한 뒤 내년 노 당선자의 대통령 취임 이전까지 당을 ‘리모델링’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특히 이날 회동에선 한 대표가 차기 당권 포기 의사를 표명함에 따라 내년 전당대회를 통한 한 대표의 명예로운 퇴진을 보장한다는 데도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중앙당 축소와 최고위원제 폐지 등을 포함하는 당의 리모델링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르면 내년 1월중에 전당대회를 개최해 당의 모습을 완전히 바꾸는 리모델링 작업을 완료할 계획이다.

하지만 리모델링은 어디까지나 존재하고 있는 뼈대를 그 축으로 한 작업이기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실제로 현재 동교동계를 비롯한 구주류는 당 개혁의 필요성에는 공감한다는 입장을 표명하면서도 일부 강경 개혁파 의원들의 지도부 선사퇴 요구 등에 대해서는 `몰아붙이기식’ 추진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그 뼈대를 버리고 신당 창당으로 가느냐 아니면 그 뼈대를 인정하고 리모델링을 하느냐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다.
현재 구주류측이 가장 불만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조순형 신기남 의원 등 강경개혁파 의원들이 현 정부를 `실패한 정부’로 규정했다는 점이다.

시행착오는 있었지만, 대북 화해협력정책과 민주인권 신장, 복지제도 개선 등 평가받을 부분이 있고 이번 대선 결과에도 반영됐다는 것이 구주류측의 상황인식이다.

따라서 이들은 재건축을 원치 않는다.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쓸만한 것은 그대로 다시 쓰는 리모델링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그러나 건축에서 리모델링을 잘못하면 손해를 본다.

정치권도 부실한 뼈대를 그대로 사용하는 리모델링을 잘못할 경우, 손해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가급적 재건축으로 가는 방향을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다. 아무리 좋은 영약도 쓰이기에 따라 치명적인 독약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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