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 박물관 DMZ
박생규 수도권 사회부장
시민일보
| 2003-01-09 10:48:55
{ILINK:1} 우리나라 지도의 허리를 기준으로 동서 방향으로 155마일 비무장지대 (DMZ).
이곳에 새해 초반부터 마지막 남은 비무장지대 생태계를 보전하라는 각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온대 원시림이자 생태자원의 보고인 이곳을 파괴해서는 안된다는것이다.
특히 DMZ는 오랜 세월동안 사람의 출입이 금지돼 온갖 희귀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어 보존돼야 마땅하다.
그러나 이 지역은 금강산 육로관광을 위한 일환으로 동해선 도로의 남측구간 공사가 사전 환경영향평가 없이 상당 부분 진행돼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 파주시는 개발 압력 강도가 점차 높아지자 DMZ의 생태계 보전 대책을 먼저 세우라며 강력히 주장하고 나섰다. 또 DMZ 1.8㎞ 가운데 철도 54m와 도로 40m 각 2곳의 생태 터널과 길이 45m 교량 3곳만이 설치돼 전체의 85% 구간 생태계가 단절 됐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기초자치단체가 공개적으로 DMZ 대책 마련을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앞으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또 녹색연합과 동해선 공동생태조사단이 최근 조사한 결과 동해선 통일전망대와 DMZ 통문 구간의 1km 이상이 폭 10m, 깊이 1m 가량 파헤쳐져 인근 저수지 주변의 습지와 산림이 파괴됐다는 것이다.
정부도 DMZ를 유네스코의 접경생물권 보호지역으로 지정되도록 하는 등 국제생태공원으로 조성하는 방안을 강구해 왔는데 벌써 있었는지 반문하고 싶다.
대책을 세우지 않고 무분별하게 모든 사업을 진행시킬 경우 DMZ는 조만간 우리가 상상을 못 할 정도로 황폐화 될 것은 불 보듯 뻔할 것이다. 개발 정책이 나오기 전 이곳의 생태적 가치를 따져봤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개발을 보류하는 한이 있더라도 세계적인 생태관광지로서 손색이 없는 DMZ를 보존해야 할 것이다.
파주시는 DMZ 장기 마스터플랜 수립, 남북 공동조사 뒤 생태지도 작성·장기보전대책 수립, 파주시 경의선 연결공사 환경생태 공동조사단 참여보장 등 구체적인 대책을 세워 중앙부처에 건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파주시가 건의하기 이전에 중앙정부 차원에서 대책을 강구해 새로운 해법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환경을 파괴하면서 많은 개발로 인해 얻은 것보다는 더 많이 잃은 전력을 가지고 있다.
눈앞에 닥친 이익만 생각하게 되면 우리는 후손에게 남겨줄 것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또한 한때의 충족으로 후손들이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하는 세상이 올 지도 모른다.
DMZ는 한반도의 마지막 남은 생태 박물관이다. 이곳은 최후의 보루로서 보존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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