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이 두렵지 않은가

이영란 정치행정팀 팀장

시민일보

| 2003-01-09 18:28:21

{ILINK:1} 한나라당 집안싸움이 점입가경이다. 주류측에서 흘러나온 개혁파의원들의 여권접촉설로 한나라당이 또 한차례 당내 갈등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들었다.

분란은 8일 이규택 원내총무가 “노 당선자가 야당의원 몇 사람을 개별 접촉하고 있다”며 당내 개혁모임인 `국민속으로’의 주축세력인 K, K, S, A 의원과 L 원외 위원장 등을 지목한데 대해 지목 당사자들이 접촉사실을 6하 원칙에 입각해 밝히지 못할 경우 명예훼손 혐의 고소도 불사하겠다는 강경대응 입장으로 맞서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차례 상호 비방전이 이어지면서 사태가 확산되자 이총무는 이름이 거론된 의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화두’ 차원에서 던진 말일 뿐”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총무가 자신의 발언을 뒷받침할만 아무런 증거를 내놓지 못한 것을 보면 지난 대선전에서 우리를 지겹게 했던 ‘아니면 말고’ 식의 돌던지기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한나라당 사람들이 대선참패 요인으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을 네거티브 전략의 총구를 이번에는 자신들의 동지를 향해 겨눈 꼴이 됐다.

더구나 명색이 거대야당의 원내총무로서 보여준 이총무의 행동은 충분한 해명이 뒤따르지 않는 한 이해를 구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의 모양새가 어찌 이리도 우습게 치닫고 있는지 한심하고 안타깝다.
지난 대선에서 ‘정권창출’이라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도 한나라당은 여전히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반복하고 있다. 패배를 인정하고 책임진다는 의식이 있었다면 민심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듯한 일련의 사건들이 이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민주당은 선거에서 이기고도 발빠르게 구태정치의 청산에 들어갔다. 노무현 당선자도 국민대통합을 기치로 내걸고 야당을 국정의 동반자로 인정하고 정례모임 등을 통해 새로운 여야 관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한나라당은 선거에서 지고도 여전히 민심을 외면하고 여전히 ‘저 잘난 맛’에 빠져있는 듯 싶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의도적인 흘리기나 하고 있는가.

지금은 집안싸움으로 분탕질이나 하며 소모전을 펼 때가 아니다. 선거철마다 도배되는 정치판의 구호가 1%라도 진심이라면, 적어도 정치인이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는 의미를 조금이라도 인식하고 있다면 자신의 기득권 지키기에 불을 켤 때가 아니라는 말이다.

자기성찰과 자기혁신을 통한 진정한 야당의 역할로 새로운 출발을 시작해야 할 때다.
현재 시리즈로 이어지는 한나라당의 내분 사태가 조기에 진화되지 못한다면 한나라당의 미래는 불을 보듯 뻔하다. 기껏해야 영남지역 소수당 정도로 남아 거대야당 시절을 그리워하며 후회의 눈물을 흘리고 있을 것이다.

초가삼간 다 잃기전에 정신 차리라는 고언을 감히 한나라당 전체 당직자들에게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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