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이웃을 생각할때

박생규 수도권 사회부장

시민일보

| 2003-01-13 18:22:07

{ILINK:1} 우리 고유의 명절 설을 불과 보름여 남겨 놓고 백화점에 1000만원을 호가하는 고가 선물 상품 등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L백화점은 한잔에 60만원이 넘는 700㎖짜리 양주 한 병을 1300만원대에 내놓았으며, S백화점은 750㎖ 양주를 500만원에 판매한다며 광고에 열을 올리고 있다. 또 H백화점은 와인 1병을 65만원에 내 놓는 등 명절에 비싼 물건을 팔고보자는 식의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다.

돈 많은 사람들이야 내 돈주고 내가 사는데 무슨 참견이냐고 할 것이다. 하지만 서민들은 어렵게 사는 것도 서러운데 이런 뉴스를 보고 허탈감에 빠질 것이다.

우리는 IMF 외환위기 이후 부유층과 빈익층의 차이가 점차 벌어져 중산층이 붕괴되는 현실에 직면해있다.
또 직장에는 정규직이 꾸준히 감소하고 계약직 근로자가 증가하면서 상여금이 사라지고 있는 추세다.

이런 시점에 백화점들이 앞다퉈 고가선물을 내놓는 다면 다가오는 우리 고유의 명절인 설 대목 또한 서민들은 씁쓸할 것이다. 타인이 쓰는 만큼 자신도 쓰고 싶어하고, 타인이 즐기는 만큼 자신도 즐기고 싶어하는 것이 모든 사람들의 심리 일 것이다.

백화점들이 값비싼 물건을 개인 소장용으로 내놓았다면 서민들은 어느 정도 이해를 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를 소장용이 아닌 선물용으로 내놔 설을 앞둔 시점에서 비싼 선물을 하지 못하는 서민들의 마음을 더욱 춥게 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몇십만원에서부터 천만원을 호가하는 설 선물을 구입하는 사람은 누구이고, 또 받는 사람은 누구일까. 우리는 오래 전부터 떳떳한 선물은 비싼 돈으로 산 물건보다 정이 통하는 따뜻한 마음의 작은 선물을 주고받고도 좋아했다.

백화점들은 설 선물세트 80% 정도를 서민들을 위해 중·저가품으로 준비했다고 한다.


그러나 다른 업체와 차별화를 두기 위해 부유층을 겨냥한 특화 상품으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백화점들은 서민들의 어려운 호주머니 사정을 잘 알고 있으면서 비싼 선물을 사도록 부추기고 있지 않나 한번쯤 곱씹어 볼 때다.

서민들이 가장 풍요를 누리던 영·정조때 영조는 왕위에 즉위 한 후 단 세 차례의 술을 마셨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

그 이유로는 술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 백성들이 먹는 쌀이 부족해 굶주릴 것이 뻔하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백성들이 밥을 배불리 먹을 수 있도록 한 왕의 현명한 지혜를 엿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지금 경제 사정이 좋은 편은 아니라고 말을 많이 하고 있다. 하지만 돈을 물쓰 듯 펑펑 쓰고 있는 부유층이 있는가 하면 돈이 없어 길거리로 나선 노숙자들도 있다. 온 가족과 함께 보내야 할 설이 다가오고 있다.

우리 주변에 불우한 이웃이 없는지 살펴보고, 비싼 선물보다 따뜻한 덕담이 오고가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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