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신의 실크로드기행

‘오지’ 신강에도 韓流바람 솔솔~

시민일보

| 2003-01-19 13:35:17

2002년 6월 15일 토요일 맑음.
우루무치를 떠나 이제 카스카얼로 가는 기차안이다.

창밖으로 맑은 물과 푸른 초원, 산 봉우리에는 녹지않은 흰 눈들이 쌓여있고 그 하얀 산들사이로 어마어마한 또다른 산맥이 버티고 있는 가랑이 사이로 옛 실크로드의 천산북로 또는 서역북로로 2층 열차는 말없이 지나가고 있다.

큰 건물들만 빼놓고 시 전체를 엎었다 들어놓은 정신 없는 우루무치를 빠져나오니 이렇게 시원할 수가 없다.

한국도 부실공사의 대명사인데 우루무치의 새로운 건물들이 오래오래 가길 바란다.

전에는 눈 씻고 봐도 보이질 않았던 한국산 자가용들이 아주 가끔 가끔씩 보였고 거기에다 길모퉁이에는 쓰레기통이 등장했으니 당연히 담배꽁초나 가래침을 뱉는 사람들이 많이 줄어든 것이 혼란스러운 가운데 얻은 소득이었다.

또한 중심상가에는 우리나라 의류상품들이 외제 상품들과 함께 나란히 팔리는 모습은 의외였다.

요즈음 한류 한류하는데 중국의 동부뿐만 아니라 서부지역에서도 한류의 바람이 조금씩 불어오고 있었다.

중국 기차여행을 할 때 가장 먼저 우루무치에 오곤 했었는데 앞으로 몇 년의 시간이 흘러가면 그때 가서도 그러한 생각을 할는지 의문시된다.

눈 깜빡 할 사이에 지어놓은 건물들과 고가 다리위에 벌써 페인트를 덧칠한 모습이 보이니 아마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이 열릴 땐 신강지역은 전부 한족화 될 것이 분명해 보였다.

디자인이 멋지다거나 대륙 국가답게 큰 건물들이 엉성하지만 않았으면 조금은 봐줄 수 있을텐데 그것도 아니니 할말이 없었다.

한국도 그러니 남의 나라 뭐라 할 입장이 아닌 것 같다.

콜렉트 콜로 한국으로 전화를 한다고 하니 새 전화기로 쓰라며 전화기까지 바꿔주다가 떨어트려 모서리가 부서지지까지 했던 중국통신에서 근무하는 큰 눈을 껌뻑이던 위그루 아가씨의 모습이 지금 창밖으로 보인다.

작년의 아프카니스탄 전쟁으로 더욱더 민감해진 신강지역의 정치 상황처럼 지금 위그루 아가씨 얼굴위에 신경질나게 빗줄기가 방해를 하기 시작한다.

우루무치에서 카스카얼까지 1600km를 23시간 하고도 30분만에 도착을 했다.

기찻길이 없었던 얼마전까지만 해도 비포장 도로를 2박 3일간 달려왔던 길을 하룻밤만에 도착을 한 것이다.
우루무치-투루판-쿠얼러-쿠처-아커쑤-카스카얼.

언제 어느때고 말만 들어도 설레이는 옛 실크로드의 찬란했던 오아시스 왕국들을 거쳐 실크로드 기차여행의 출발지인 서안을 출발해 중국의 서남쪽 끄트머리에 자리잡은 실크로드의 명주 카스카얼에 도착을 한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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