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완주 위봉사

꼭꼭 숨겨두고픈 운치

시민일보

| 2003-01-23 16:00:43

이탈리아 여행을 떠나는 괴테에게 여행자의 마음을 일깨워 준 것은 멀리 보이는 능선 뒤에 숨어 있는 먼 곳에의 ‘그리움’이었다.

여행자의 마음은 누구에게나 숨어 있고 이 마음을 일깨워서 우리를 떠나게 하는 산 너머 ‘어딘가’를 꿈꾸게 만드는 연속된 능선의 저편이 아닐까 싶다.

여기 그 산 너머로 숨어 있는 예쁜 마을이 있다. ‘완주’라는 이름으로 포근하게 우리를 감싸고 손짓하는 이 곳으로 운치있는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예향의 고장 전북 전주에서 진안으로 가는 26번 국도를 따라 소양(송광사) 가는 길로 12km, 송광사에서 위봉사 가는 길로 10여분. 한 허리 쉬어 가려 차에서 내리면 세월에 닳은 듯하지만 굳건하게 서 있는 위봉산성이 눈에 들어온다.

가운데를 지르는 도로로 인해 허리가 끊어져 있는 이 산성은 조선 숙종 원년(1675년) 축조된 성으로 유사시를 대비해 만들어졌다. 지금은 도로변에 있는 서문만 남아 있지만 본래는 폭 3m, 높이 4∼5m, 길이 16km의 규모에 세 개의 문이 있었다고 하니 도로 양 옆으로 산성의 흔적을 따라 당시의 모습을 상상해 보는 것도 나을 듯 하다.

위봉산성에서 고개를 돌면 소양면 대흥리 추출산 마루턱에 ‘위봉사’라는 아담한 절이 있다.

전국 30본 사찰의 하나로 지정된 바 있는 위봉사는 신라말기 한서민이 산 위에 오르니 숲에서 봉황 세 마리가 노닐어 이곳에 절을 짓고 봉황의 이름을 따서 위봉사라 불렀다.

본디 사찰은 풍수지리로 따져 좋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위봉사야말로 산세에 포근하게 싸인 것이 그 안에 있으면 기분 좋아 따뜻하게 느껴지는 사찰이다.

이것은 비구니 사찰이 주는 단아하고 정결한 아름다움과 무관하지 않을 것 같다.

위봉사는 본래 20여동이나 되는 대사찰이었으나 지금은 3동의 건물만이 옛 모습으로 남아 있으며 이 가운데 보광명전은 보물 608호로 요사는 지방문화재 제 69호로 보존돼 있다.

도로에서 위봉사 주차장까지 약 300m 정도의 가로수 길의 운치도 놓치면 안 될 여행 포인트 중 하나다.

위봉사에서 나와 다시 모퉁이를 하나 돌면 도로폭이 좀 넓어지며 길 오른쪽으로 주차공간이 있다.

이 주차공간에 내려 건너편을 바라보면 위봉폭포가 보이는데 강수량이 적은 겨울에는 폭포의 장관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급작스레 깊어지는 골짜기와 주변 경관이 탁트이는 시원함이 절로 감탄을 나게 하는 멋진 경치를 연출해 낸다.


다시 오던 길을 돌아 송광사에서 진안 가는 길로 10여분을 달리면 고개에 오르기 전 마이산이나 송광사 나들이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화심 순두부 마을이 있다.

이 곳이 알려진 것도 비교적 최근 몇 년의 일이어서 전통 순두부 마을로서 원류를 찾기는 힘들다.

하지만 인근 관광지의 연결지로서 저렴하고 담백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고 돌아가는 길에 집에서 해 먹는 손두부를 직접 사 갈 수도 있어 여행길 먹거리로는 그만이다.

순두부로 요기를 하고 진안 가는 길을 따라 5분을 달리면 길가에 화심 온천이 있다. 온천이 많지 않은 호남에서는 드물게 수온도 높고 온천수량도 풍부하며 4층 규모의 건물에 대중탕과 사우나, 가족탕 등이 있어 가족단위 관광객들에게 제격이다.

중탄산나트륨이 많이 포함된 화심온천수는 알칼리성을 띠어 피부미용과 신경통, 관절염, 류마티즘, 알레르기성 피부 치료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화심온천에서 나와 749번 지방도를 타고 동상소재지 방향으로 15∼20분 정도를 달리면 양 길가로 즐비하게 늘어선 감나무와 붉게 물든 단풍을 배경으로 곶감 말리는 풍경이 눈 안에 들어오고 그 풍경만으로도 입안에는 달콤한 군침이 돌기 시작한다.

달콤한 겨울의 별미로 ‘호랑이보다 더 무섭다’는 곶감이 또한 완주군 동상면의 특산품이다. 서리가 내린다는 10월 상강(霜降 : 양력 10월 24일)부터 감을 따서 말리기 시작해 한달 반 가량이면 맛있는 햇곶감을 살 수 있다.

●찾아가는 길
서울 반포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전주행 버스가 5∼10분 간격으로 있다.

전주에서 완주군까지 시외버스를 이용할 수 있으며 택시를 이용하면 20∼40분 권역으로 완주군 관광이 가능하다.

경부고속도로를 이용 대전까지 간 다음 호남선을 타고 전주 IC로 들어가 26번 국도를 탄다.
자료제공/ 한국관광공사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최근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