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신의 실크로드 기행

인민광장 신강음악에 아쉬움 담아

시민일보

| 2003-01-26 13:35:09

초라한 국제 버스 터미널에서는 장거리 버스뿐만 아니라 파키스탄과 키르키스탄으로 가는 국제 버스도 운행하고 있었다.

키르키스탄의 나른이나 비슈케트로 가고 싶다고 하니 지금은 오직 중국사람에 한해서 들어갈 수 있다고 하면서 일본사람이냐고 묻길래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내 속마음도 모르면서 친절하게도 파키스탄으로 가라는 안내까지 해주었다.

4년전에는 이 투르카르트 패스를 넘어 키르키스탄에서 카스카얼로 넘어와 우루무치를 거쳐 이녕에서 버스를 타고 카자흐스탄의 알마타를 들어가는 독일 여행자와 함께 한 기억이 났다. 어쨌든 지금은 중국인이 아니면 안된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아프카니스탄 전쟁 탓인지 아니면 신강지역의 특수성 때문인지 하여간 못 넘어간다고 하니 못 갈수 밖에 없었다. 날카로운 칼날처럼 예민한 정치 색깔을 가진 곳이기에 언제든지 돌발 상황이 발생하는 지역이다.

멀지 않은 날에 중국과 센츄럴 아시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 조만간에 이 길이 뚤려주기를 기대하면서 돌아섰다.

이번에 카스카얼을 떠나면 족히 일년안에는 여기를 찾을 수가 없다는 아쉬움 때문에 신강음악이 울려퍼지는 거대한 마오쩌뚱의 동상이 있는 인민광장의 벤치에 앉아 검은 먹구름과 울창한 숲 사이로 위그루인들과 평범한 저녁을 함께 하고는 호텔로 발길을 돌렸다.

호텔 창문이 시끄럽게 움직일 만큼 바람이 거세계 불어오는데 나를 보내는 것이 못내 서운해서 그런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밤새 비가 내린 것 같은 착각이 들만큼 새벽녘 카스카얼의 하늘은 검푸른 구름으로 가득했다.


아커쑤로 떠나는 오전 9시 16분 기차를 타려고 아침 7시에 모닝콜을 부탁까지 해놓고는 어제 밤늦게까지 시간가는 줄 모르고 맥주를 마셔댔으니 이른 아침 일어나는 것이 당연히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고요한 카스카얼의 아침을 뒤로하며 족히 시속 20km을 넘지 않는 시내버스를 타고 기차역으로 가는데 배낭만 아니면 뛰어가는 것이 훨씬 빨랐을 것이다.

느림보 버스와는 반대로 영롱한 햇살에 비치는 아침이슬을 밟아가며 벌써 농부들의 손길은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주로 장거리 기차여행 때문에 침대 칸을 이용했었는데 겨우 6시간 밖에 이동을 하지 않는 까닭에 좌석 칸을 이용해 아커쑤로 들어왔다. 예전에 중국의 기차여행 할때의 모습들을 모조리 상기시켜주는 시간이었다.

땀에 뒤범벅이 된 사람들의 대화인지 싸우는 소리인지 구분안가는 큰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려오고 먼저 짐을 올려놓으려고 뒤죽박죽 어지럽게 흐트러진 물건들, 지금은 많이 없어지긴 했지만 담배 피우고 가래, 침 뱉는 사람들 속에 있는 것은 여간 고통스럽지 않았다. 거기에다 타클라마칸 사막에서 불어오는 모랫바람이 기차안의 창문사이로 넘어와 테이블하며 배낭위에 가라앉아 6시간내내 수건으로 마스크를 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앉아있을 수가 없었다.
/여행전문가 kapabah@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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