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신의 실크로드 기행

쿠얼러의 뿌리내린 질서의식

시민일보

| 2003-02-05 17:49:54

불이 나도록 들락날락 하는 나이트클럽은 쿠얼러 청소년들이 가장 좋아하는 곳중에 하나였다.

넓고 깨끗한 거리는 신호등을 정확히 지키는 자동차들 때문에 더욱 돋보였으며 청결한 식당들은 내가 2년 전에 여행할 때와 별 달라진 것이 없어 보였다.

신강지역의 다른 도시들도 정확하게 교통법규를 지키는 쿠얼라의 모습을 본받아도 될만하다.

언젠가 한국에서 무슨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신호등을 잘 지키자는 캠페인을 벌였던 웃기지도 않았던 방송을 했던 기억이 나는데 신호등을 지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중국 땅에서 이처럼 교통법규를 지키는 것이 뿌리가 내린 곳이 있으니 칭찬할 만 하다.

시민들의 모습은 더욱 밝아 보였고 질서 정연하게 움직이는 버스들도 얌전해 보인다.

어느 도시에서나 마찬가지로 시내 중심에 자리 잡은 넓은 공원 안에는 부러울 만큼 큼지막한 나무들이 넘쳐흘렀고 쿠얼러를 가로지르는 공취운하에는 수영을 하는 꼬마부터 어른까지 득실거렸다.

내가 보기에는 지저분한 강가에서 이쪽에서는 빨래를 저쪽에서는 수영을 멀고먼 해수욕장에 못가는 만큼 이런 곳에서 분풀이하듯 어떤 이들은 속옷차림으로 어린아이들은 발가벗은 채로 하루 종일이 강가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도 있다.

이유야 어찌했던 간에 바라보는 나는 즐겁기만 했다.

배낭에 멋들어진 수영복과 수영모/ 수경까지 준비를 했는데 물만 깨끗했더라면 나또한 물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있었을 텐데 센츄럴 아시아에서 기약을 해야겠다.

E-메일을 확인한지도 오래되어 인터넷 방 중국말로 왕빵을 물어물어 어렵게 찾았는데 한국말을 다운로드 받으려 한 시간 넘게 시간만 낭비하고는 독일과 미국과의 월드컵 축구경기를 보기 위해 왕빵을 나와 TV가 있는 카페를 찾느라 전반전 시간을 놓쳤다.

케이크 가게인지 아니면 맥주집인지 그것도 아니면 빵 가게인지 구분하기 힘든 곳에서 맥주한잔 시켜놓고 축구를 보는데 우리만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뒤를 보니 영화관 같았다.

아이스크림을 먹는 어린아이부터 식사를 하는 요조숙녀까지 다양한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오후 1시에 호텔을 체크아웃을 했기 때문에 이런 모습도 볼 수 있어 다행이었다. 낮에 한 경기에서는 브라질이 영국을 2;1로 이긴 것 같았고 독일이 미국을 1;0으로 이긴 것을 보고는 잽싸게 호텔에 맡겨두었던 배낭을 찾아 쿠얼라역으로 향했다. 이제부터 움직이는 기차여행은 다분히 한국의 경기에 맞추어 이동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전문가 kapabah@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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