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신의 실크로드 기행
모랫바람 가르며 ‘멋진 드라이브’
시민일보
| 2003-02-10 17:36:35
신강지역과 센츄럴 아시아를 오가며 장사를 한다는 국적은 중국인이지만 마음은 중국을 떠나있다는 위그루인에게 기분 좋게 맥주 한잔을 대접받고는 다시 한번 이 길을 여행했던 시간들을 떠올려 본다.
이렇듯 여행은 나에게 항시 푸짐한 선물을 주곤 한다.
살아가는 인생도 어쩌면 기나긴 여행일지 모른다.
오늘 하루 멋진 드라이브를 했다.
여러 번 투루판을 여행하면서 마음만 있었고 돌아보지 못했던 사막지역을 둘러보기로 하고는 투루판 시내에서 약 200km 떨어진 사막으로 자가용 택시를 타고서 한바퀴 돌아보았다.
그 동안 여행을 하면서 대부분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는 시간적 경제적 제한 때문에 멀리 나가보지를 못했는데 정말 큰맘먹고 먼 곳까지 나간 것이었다.
뜨거운 태양과 곱디고운 모래만 있을 뿐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것도 없는 사막을 보기 위해 자그마치 거금 300위안을 주고 겉보기에는 새차인 것 같지만 에어컨도 나오지 않을 뿐만 아니라 중간 중간 쉬었다 가지 않으면 주저앉을 것 같은 이름만 아우디인 차를 타고, 그것도 처음 우리를 투루판역에서 만났던 녀석은 나타나지 않고 엉뚱한 녀석이 나와 운전을 한다는데 알고 보니 우리와 약속한 녀석은 어젯밤에 만신창이가 되도록 술을 마셔대 나중에 나타나 함께 동행은 해서 그런대로 사막을 둘러볼 수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화염산과 카레즈 그리고 포도마을을 둘러보았지만 나는 여러 번 여행한곳이라 그다지 흥미를 끌지는 못했다.
카레즈나 포도마을은 예전처럼 자연스런 모습은 사라지고 시멘트로 입구를 발라 놔 영 보기가 싫어졌고 포도마을은 아예 산 절벽에다가 큼지막한 글씨로 포도마을이라고 글자까지 박아놓아 정나미가 뚝 떨어졌다.
공사하느라 비용이 많이 들것 같지도 않았는데 입장료만 하늘 모르게 올라있었다.
화염산에는 변함이 없어 보였지만 신강 아가씨들이 곱게 옷을 입고 나와 뜨거운 태양아래에서 어쩌다 나타나는 여행자들과 함께 사진을 찍으려고 기다리는 모습이 안쓰러워 보였다.
사막지역을 돌아보고 오면서 길가에서 아르킨이 산 20여개가 넘는 수박보다 더 큰 하미과를 단 10위안에 우리 돈으로 1600원에 불과한 것을 보고는 그동안 내가 사먹은 하미과가 조그마한 수박 만한 것은 3위안에서부터 무등산 수박 만한 것은 5위안까지 주고 먹은 것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값이었는가를 알았다.
여행전문가 kapebah@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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