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신의 실크로드 기행
가로수마다 불빛… 퀴툰‘불야성’
시민일보
| 2003-02-11 15:20:55
이토록 맛이 좋은 하미과가 한국에 없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300위안의 30분의 1로 쌀 한 포대에 꾹꾹 눌러 가져온 하미과를 같이 먹자며 아르킨 녀석 그래도 약간의 정은 있어 가지고 집으로 데리고 가서 하미과와 차이로 손님접대를 해주고는 나중에 다시 투루판을 방문하거든 다시 불러달라는데 외국인 여행자만 골라 사냥을 하는 에르킨에게 떨어졌던 정나미가 조금 원상 회복된 마음으로 헤어졌다.
각 호텔에서 50위안 주면 오전 8시 30분에 출발해 돌아볼 곳을 돌아보고 저녁 20시에 끝나는 투어 미니버스가 있지만 그러면 하룻밤을 투루판에서 보내게 되고 호텔비와 또 다른 경비가 지출되고 이러 느니 에르킨과 같은 전문 사냥꾼에게 맡기는 것이 속 시원할 것 같았고 반은 속는 셈치고 움직이는 것이 뱃속 편할지도 모른다는 생각 속에 약속한 대로 300위안을 건네니 뒤도 안 돌아보고 사라졌다.
언젠가 다시 투루판에 여행을 하게 되면 여우같은 아르킨을 분명 투루판역에서 만날 것임에 틀림없다.
버스를 타고 단 2시간 30분만에 우루무치를 거쳐 퀴툰으로 가는 19시 30분에 출발하는 버스로 갈아타고 쭉 뻗은 고속도로를 지나 3시간 40분만에 퀴툰에 도착했다.
고속버스 안에는 중국 무술영화를 틀어주었는데 그리도 재미있는지 너나할 것 없이 넋 나간 표정으로 비디오를 보는데 그들을 바라보는 것이 더 흥미진진했다.
여행을 하면서 야경의 조명에 중국정부가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는 모습이 역력했다.
밤만 되면 화려하다 못해 어지러울 정도로 공원은 물론 그 큰 가로수 나무에다가 치장한 불빛 때문에 나무들이 꽤나 고통스러워하는 건 문제도 되질 않았다.
2008년 올림픽을 겨냥해 그런 대로 멋있는 모습을 만들려고 하는 듯 했으나 엉성해 보이는 건 마찬가지였으며 중국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중국의 낮과 밤은 충분히 야누스와 같은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여기에다가 넓은 땅에 날씨의 온도차이도 변화무쌍했다.
투루판에서는 너무 더운 나머지 움직이는 것조차 버거울 판이었는데 여기 퀴툰에서는 가을 바람과 같은 선선함이 불어와 여름이 시작되는 건지 아니면 가을이 시작되는건지 헷갈릴 판이었다.
같은 신강지역에서 겨우 6시간 정도 밖에 차이가 나질 않았는데 한곳은 너무 덥다 못해 거품물 정도이고 또 다른 곳은 긴소매를 입어야 할 판이니 날씨도 중국사람과 같았다.
여행전문가 kapebah@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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