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지대 없다

수도권 사회부장 박생규

시민일보

| 2003-02-20 17:39:32

{ILINK:1} 대구 지하철 방화참사는 한마디로 청천벽력 이였다.

50대 남자가 잘못된 판단으로 300여명이 넘는 엄청난 인명·재산 피해를 내는 어처구니 없는 사고를 저질렀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지하철에 대한 전반적인 안전진단을 실시하겠다고 당국에서 야단법석을 떨고 있다. 결국 ‘소 잃고 외양간 고친’ 꼴이 되고 말았다. 이번 사건을 두고 일각에서는 한 사람의 잘못된 판단으로 치부하기에는 피해 규모가 너무 커 지하철의 안전불감증이 불러온 인재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지하철이 운영되고 있는 곳은 대구지역 외에 서울과 부산, 인천지역 등이 있다. 그러나 이 지역들의 방재시스템은 대구와 별 차이가 없으며, 열차도 차량의 길이만 틀릴 뿐이라고 한다.

지하철은 지난 30년간 새로운 선로를 연결하고 역사를 짓는 등 규모의 외적 성장에 급급했을 뿐, 국민의 대표적인 교통수단으로서 각종 위험에 대비한 시설은 낙후 됐다는 지적이다. 최근 인천시 소방본부에서 점검한 인천 지하철의 소방관련 위반 사항이 38건이었다고 한다.

이 가운데 피난 유도등 불량을 비롯해 일부 대합실 소화전에는 소화기 조차 구비돼 있지 않은 등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하철의 안전불감증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일반 건물의 경우에 소방법을 적용 받아 법적 장치가 마련돼 있다. 그렇지만 지하철은 항공기와 선박, 차량 등과 같이 다중이용 시설임에도 불구하고 소방법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겠다. 안전진단 또한 1년에 2회에 걸쳐 실시하는 것이 고작이다. 법의 사각지대에서 안전진단도 제대로 받지 않으니 온전할 수가 있겠는가. 뿐만 아니다. 사고 발생시 이에 대한 보상은 안중에도 없었다는 것이다. 서울과 인천, 대구는 인적보험에 가입해있으나, 부산은 시설물에 대한 손해보험만 가입했을 뿐이라고 한다.

그러나 보상한도가 10억원으로 이번 참사에서 유족들이 보상받을 수 있는 것은 1천만원에도 못 미친다. 불야불야 정부에서 대구 일대를 특별재난 지역으로 선포하고 사망자의 경우 1억2000여만원을 별도로 보상한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라 하겠다.

이 금액 또한 국민의 세금으로 지급되는 것이어서 안전불감증이 불러온 피해가 전 국민에게 확대된 셈이다. 참사 이후 지난 19일 서울의 경우 이용객수가 20% 가량 줄어들었으며, 수원 또한 지하로 연결된 전철고객은 1200여명 감소한 반면 지상으로 연결된 국철은 오히려 2000여명이 늘어났다고 한다.

지하철 측은 이러한 이용객 수 감소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한편, 이번 참사의 교훈은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국민의 대표적인 대중교통 수단인 지하철 사고는 많게는 수 천명의 인명을 앗아갈 수 있는 현실을 인식하고 이에 대한 철저한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할 때라고 본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최근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