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신의 실크로드 기행
다양한 언어의 상점 간판들
시민일보
| 2003-02-23 13:46:21
이녕의 매표소 여직원은 알마타로 가는 버스가 화·수·목·토에 있다고 말을 한 반면 운전기사 아저씨는 알마타에서 이녕으로 출발하는 버스는 알마타에서 카자흐스탄 시간이 아닌 중국 신강 시간으로 아침 7시 수·토 단 2번 출발한다고 말을 했는데 다음 주 월요일 보자 하니 누구 말이 맞는건지 모를 지경이었다.
내 여권을 돌려주며 7월 1일 입국하라는 중국측 검문소 군인의 말이 가장 정확할 것 같았다.
여기 군인의 말에 의하면 호르가스에서 일요일만 빼고는 매일같이 신강시간 오전 10시에 버스가 도착한다고 하니 제일 정확한 뉴스임에 틀림없다.
알마타로 들어가는 버스가 여기서 날아가는 것도 아닐 테고 땅밑으로 기어가는 것도 아닐 테니 검문소를 지나가지 않고서는 방법이 없는 건 뻔한 사실이니 버스를 운전하는 운전기사도 아니고 표를 팔고있는 여직원도 아니고 분명 군인의 말이 가장 신빙성 있음에 틀림없을 것 같았다.
참 신기한 일이다. 자기가 근무하는 직장인데 이렇게도 틀릴 수가 있을까하는 의문이 생긴다. 하여간 재미있는 사람들이다.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어찌 보면 잘된 일인지도 모른다. 전혀 예상치 않았던 국경 마을에서 여행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여기가 바로 중국령 호르가스다.
중국령 호르가스와 카자흐스탄령 호르가스는 양쪽 검문소에서 채 1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중국 지도를 펴놓으면 웬만한 지도에는 표시도 없을 뿐더러 신강 지역 지도를 펴놓아야 겨우 보이는 카자흐스탄 국경선을 표시하는 선에 위치한 아주 작고 조용한 마을이다.
걸어서 한시간이면 충분할 만큼 아주 작은 도시이다.
국경 마을은 국경 마을인가 보다.
거의 모든 상점들은 중국어, 러시아어, 위그루어, 영어로 표시를 해놓았고 양쪽 국경을 오가며 장사를 하는 카작스키 위그루스키 루스키들이 거리를 누비고 있었으며 이네들을 상대로 장사하는 퇴폐 미장원들이 호르가스 상점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였다.
어둠침침한 불빛을 켜놓고 대낮에는 한두명에 불과한 아가씨들이 날이 어두워지면 호르가스의 거의 모든 아가씨들은 미장원에서 새로운 일을 찾으며 날을 꼬빡 새우는데 추억 속에 사라졌던 우리나라 60-70년대 간판을 보고있는 착각을 일으키게 하였다.
여기에다가 전혀 불편함을 느낄수 없는 인터넷 방이 3개가 나란히 24시간 영업을 하고 있었다.
/여행전문가 kapabah@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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