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개혁의 신화두
정치행정팀장 이영란
시민일보
| 2003-02-23 15:52:51
{ILINK:1} 그동안 당 개혁안을 놓고 대치상태에 있던 민주당 신·구주류의 기싸움이 신주류의 한발양보로 타협점을 찾게 될 전망이다.
천정배의원은 “개혁안은 당무회의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돼야 하는 데 만장일치가 된다는 것은 임시지도부 구성에 대해 구주류와 정치적 타결이 이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신주류 좌장격인 김원기 고문도 정치적 합의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구주류측의 공개적인 반응은 아직 없으나 `당이 화합해 새 정부 출범을 적극 뒷받침할 수 있는 합리적 대안’으로 평가하는 기류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해체되는 현 지도부를 대체할 민주당 임시 지도부는 구주류 인사들의 대거 기용이 예상된다.
현재 민주당 내에서는 임시지도부 7명 중 상당수를 구주류에 할애하거나 임시지도부 규모를 늘려 현 지도부 전원이 선출될 수 있는 안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양측에 갑자기 해빙무드가 조성되는 배경에는 더 이상의 분란은 모두에게 역효과를 낳는다는 인식이 작용, 일단 당 차원에서 다급한 국회 현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현실론이 주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초읽기에 몰린 총리 인준안 통과와 특검 저지를 앞두고 낙관할 수 없는 저간의 사정으로 일단 민주당의 자중지란이 수습될 듯 하지만 완전화합이 아닌 미봉책에 불과한 점이 여전한 아쉬움으로 남는다.
일단 이해관계에 걸린 과제가 해결되고 나면 민주당 내분은 다시 또 밥그릇 싸움을 시작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세간에서는 ‘역적중의 역적이 3등 공신보다 낫다’는 우스갯소리가 정치권 실태를 풍자하고 있다. 관망하는 비겁함보다 드러낸 소신이 오히려 낫다는 말이다.
그런데 대선 기여도가 정치권 실세 순위를 가르는 기준이 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국민들이 제 돈 들여 대통령을 만들었으니 정확히 말한다면 노무현 정권의 일등 공신은 바로 국민이다.
정작 일등공신들은 아무 말 없는데 어중이 떠중이들이 기준없는 공적을 들이밀며 이전투구를 벌이고 있는 꼴이다.
이러한 정치권의 구태가 행여 국민들로 하여금 이제 막 싹 틔우기 시작한 정치관심을 접어버리게 만들까 걱정스럽다.
어떤 정책이든 국민이 외면하면 반드시 실패한다는 노당선자의 말은 깊이 새겨야 할 대목이다.
오는 26일 민주당이 의원총회를 열어 당 개혁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하니 이날을 기점으로 자화자찬의 쭉정이보다는 신망받는 정치인력이 진정으로 대우받는 정치개혁의 새로운 화두가 시작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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