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용차량 교체 물의

수도권 사회부장 박생규

시민일보

| 2003-03-02 14:50:16

{ILINK:1} 정부가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자동차 10부제를 실시한다는 판에 안산시장과 시의회 의장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멀쩡한 차를 기름이 많이 드는 비싼 중형차로 교체했다는 소식에 씁쓸함을 더한다.

‘참여정부’가 지금 변화된 새로운 모습을 국민들에게 선보이려 노력하고 있는 시점에서 지역에서는 고급 승용차 타기에 열을 올리는 셈이 됐다. 시정에 전념해야 할 사람들이 고급 승용차를 타고 다니며 폼잡을 것을 생각하면 한마디로 한심함을 느낀다.

지금은 거치례에 신경 쓸 때가 아니다. 시민들은 ‘속이 꽉 찬’ 시장·시의장을 원하고 있다. 아마 시장이나 시의장이 앞장서 배기량이 제일 작은 ‘티코’를 주문해 타고 다니면 시민들의 보는 시각은 달라졌을 것이다.

아니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시내 곳곳을 누비는 시장·시의장 이였다면 각 언론에서 한국의 ‘잠롱’이 탄생했다며 연일 칭찬해 줬을 것이다.

우리는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는 옛 말이 있다. 이처럼 아직도 권위주의에 물들어 있는 사람들이 있는 한 변혁과 개혁은 늦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설사 하위직 공무원들이 고급 승용차를 타도록 권유했어도 시장과 시 의장은 만류했어야 했을 것이다.

시민들이 내는 혈세를 가지고 직위를 이용해 값비싼 자동차를 타고 다니면 육체적으로 편할 지는 모르겠지만 양심이 있다면 마음은 불편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새로 구입한 자동차를 반납하고 “물의를 일으켜 시민들께 죄송하다”는 공개 사과를 할 용의는 없는지 묻고 싶다.

이번 문제는 자동차 배기량 2천㏄급 시장용 그랜저 승용차를 최근 부시장용으로 전환하고 2천300㏄급 체어맨 승용차로 교체하는데서 비롯됐다고 한다.

시의회 의장용 차량도 2천㏄급 포텐샤 승용차에서 시장용과 같은 배기량의 체어맨 승용차로 바꾸었다고 한다.
시장이 탔던 그랜저 승용차는 1999년식, 시의회 의장의 포텐샤 승용차는 1997년식으로 이용에 불편이 없는 멀쩡한 차로 알려 지고 있다.

중형 승용차 값도 만만치 않다. 이번에 새로 구입한 승용차는 대당 3671만원씩 총 7342만원이 소요됐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공무원과 시민들은 기름 소모량이 많은 중형 승용차로 교체한 것은 도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하고 있다.

물론 자동차 구입과정에 대해 시 측은 신설 구청장의 관용차량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시장 차를 부시장에게, 부시장 차를 구청장에게 넘겨주면서 직위상 차별성을 고려했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자동차 구입은 지난해부터 추진돼온 상황이었는데 공교롭게 10부제 부활과 맞물려 곤혹을 치루고 있다고 시의 한 관계자는 전했다.

시민들이 내는 세금으로 녹을 먹고 비싼 자동차를 타고 다니면 어려운 경제속에 손꼬락질 당 할 것은 뻔한 일이다.

이번 관용차량 구입에 대해 시 차원에서 시민들이 이해 할 수 있도록 현명한 선택을 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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