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맞은 아이디어

성공 무대뒤 눈물 흘린 그들…

시민일보

| 2003-03-05 17:50:05

세계 27개국 언어로 번역돼 판타지 열풍을 일으킨 ‘해리 포터’시리즈, 현대인의 만병통치약으로 자리잡은 아스피린, 고음질 오디오 압축기술의 신기원을 연 MP3,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코카콜라, 21세기 지구촌 영화계를 평정한 , 1980년대 영웅 판타지의 상징 슈퍼맨….

이들은 모두 20세기가 낳은 최고의 베스트셀러이자 매혹적인 아이디어의 산물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들을 탄생시킨 사람들 또는 그 탄생과정에 막대한 공헌을 한사람들은 그에 합당한 부와 명예를 얻었을까? 대답은 ‘아니오’다.

안타깝게도 그들은 전세계인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을 만큼 뛰어난 아이디어를 가졌지만 전혀 공로를 인정받지 못했다.

도둑맞은 아이디어(시공사刊)는 세계적인 히트 상품을 발명했거나 성공의 기회를 포착했지만 계약사항을 꼼꼼히 읽어보지 않아서 혹은 한 순간의 판단착오로 성공을 놓쳐버린 사람들의 이야기다.

오스트리아에서 저널리스트와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안드레아 페링거 등 공동저자들은 엄밀한 의미에서 성공이란 좋은 아이디어와 노력만으로 가능한 것은 아니며, 행운과 통찰력, 타이밍을 맞춰내는 능력까지 갖춰야만 눈앞에 있는 부와 명예를 잡을 수 있다고 말한다.

가령 지구를 지키는 영웅 슈퍼맨을 창조해낸 두 소년 제리 시걸과 조 슈스터는 한 순간의 판단실수로 인해 어마어마한 베스트셀러가 된 만화 ‘슈퍼맨’에서 원작자로서의 이름을 영원히 되찾을 수 없었을 뿐 아니라 평생 지옥과도 같은 가난에 시달렸다.

골방에 틀어박힌 채 비밀의 제조법으로 코카콜라를 만들어낸 존 펨버튼은 당장의 재정난 때문에 자신이 가진 코카콜라 회사의 지분을 헐값에 넘겨버리는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해리 포터’의 작가 조앤 K. 롤링의 무궁무진한 창조적 잠재력을 이끌어낸 장본인인 방송기자 조르제는 그녀의 사랑을 무참히 저버렸으며, 번잡함을 극도로 싫어했던 톨킨의 성격 탓에 오늘날 그의 후손들은 영화 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그에 따른 재정적 이익을 얻지 못한 채 영화조차 돈을 내고 봐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아르투어 아이헨그륀은 아스피린 개발자이면서도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아무런 공로를 인정받지 못한 채 숨을 거뒀다.

노먼 우들랜드의 발명품은 레이저 스캐너가 등장하기 전에 나오는 바람에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그의 발명품은 바코드였다.

돈은 비켜갔지만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그는 1992년 미국 정부로부터 기술부문 국민훈장을 받았다.

책에는 이를 포함해 MP3, 다마고치, 밀크 초콜릿, 워크맨 등의 성공 무대 뒤에서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의 17가지 기구한 사연이 소개돼 있다.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리얼리티 픽션’ 형식의 극적인 재미와 더불어 성공과 실패가 엇갈리는 역사적인 순간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다.
김지선 옮김. 304쪽.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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