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구가 없다
박 생 규 수도권 사회부장
시민일보
| 2003-03-06 17:48:38
세상이 온통 뒤숭숭하다 못해 탈출할 비상구가 없어 답답하다.
북한 핵문제를 비롯해 주가급락, 물가불안, 기업불황, 취업난, 지하철 고장 등 어디 하나 성한 구석이 없어 국민들은 짜증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이러다 정말 ‘노이로제’에 걸릴 판이다.
국민들은 지금 무엇인가에 불안해하며 목말라하고 있다. 이때쯤 목을 시원히 풀어 줄 수 있는 청량제가 있었으면 한다.
특히 대구 지하철 방화참사에 이어 서울 지하철도 연일 잦은 고장으로 불안함을 느끼고 있다. 요즈음 오죽했으면 학생들의 등·하교와 직장인의 출·퇴근 인사가 ‘개조심’이 아니라 ‘지하철 조심’이란 인사말까지 나왔을까?
하지만 오늘도 시민들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어쩔 수 없이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고장철’에 몸을 맡기고 이용하고 있다.
산업사회가 급성장하면서 ‘빨리빨리’를 외쳐 왔던 것이 일상 생활 습관이 되어버린 듯해 안타깝다.
이렇게 외치다 보니 결과는 불 보듯 뻔한 큰 일을 당하고 나서야 정신차렸지만 이미 버스는 지나간 뒤라 아쉬움을 남게 한다.
대구 지하철 방화참사로 사랑하는 가족과 친척을 졸지에 잃고 슬품에 잠겨있는 이웃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성금으로 대신하는 것 같아 씁쓸함을 더한다.
이번 방화행 고장은 지하철 5호선 전동차가 을지로 4가역부터 전기의 흐름을 파악하는 전류센서에 ‘이상’이 감지돼 5개 역을 지난 후 애오개역에서 승객을 하차시키고 대기하던 비상열차로 옮겨 태웠다고 한다.
한마디로 ‘고장철’를 언제까지 이대로 놓아둘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다행히 큰 사고는 안이었지만 지하철 안에 갇혀 영문도 모른 채 5개 역을 지나쳤을 때 그 안에 타고 있던 승객들은 불안했을 것이다. 연일 터지는 이런 잦은 고장은 앞으로 더 큰 사고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분명 ‘구조 및 장치가 안전운행 기준에 적합하지 않으면 운행하지 못한다’는 도시철도법 규정을 위반한 채 전동차량이 운행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 할 것이다.
교통분담율 1위를 자랑하는 국민 최대의 지하철 운송 수단인 만큼 정비인원을 증원하고 승무원에 대한 교육과 훈련을 강화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해야 할 것이다.
다시는 이 땅에 대구 지하철 방화참사와 유사한 사고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철저한 점검과 안전대책에 만전을 기해주길 기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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