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의 시대 산‘인간 베토벤’
법학교수가 펴낸 베토벤 평전
시민일보
| 2003-03-10 17:39:47
전공에 맞게 저자는 책에서 일단 베토벤의 음악을 ‘노동자의 음악’이라고 감히 규정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흔히 고전주의 시대의 정점에 있으면서 ‘고귀’ ‘고상’으로 대변되는 그의 음악을 당시 계몽주의 시대의 ‘노동자를 위한, 노동자에게 어울리는, 노동자가 알기 쉬운’ 것으로 다시 봐야 한다는 것.
이는 베토벤의 삶 자체가 고귀하거나 성스러운 것과는 거리가 먼, 지극히 인간적이고 고통스러우면서 때로는 ‘부랑배’이기까지한 모습이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밝힌다. 이런 면에서 저자는 대표적인 베토벤 전기 작가인 로맹 롤랑이 창조해 낸 전형적인 ‘베토벤 상’(像)을 부정한다.
즉, ‘귀머거리로 상징되는 불행한 운명을 놀라운 의지로 극복한 영웅’이라는 이미지인데, 이는 지나친 과장으로 그의 삶을 미화해 낸 것일 뿐이라는 것이다. 어떤 면에는 이는 일제의 잔재일 수도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일제시대를 전후해 일본은 ‘국민 선도’라는 명목 아래 서양음악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고, 이때 음악가의 이상이자 선행의 표상으로 간주됐던 인물이 바로 베토벤이었기 때문이다.
실제 “일제 시대 베토벤의 교향곡 ‘영웅’은 군인 정신으로, ‘운명’은 팔자 타령으로, ‘전원’은 초가집 예찬으로, ‘합창’은 대동아 공영권의 주제가로 연주됐다”고 저자는 전한다. 책은 또 베토벤의 삶을 소년기, 청년기, 중년기, 노년기로 나눠 각각을 성장, 도전, 갈등, 초월이라는 주제로 설명한다.
베토벤의 삶과 음악을 덮고 있는 ‘영웅’ ‘천재’의 이미지를 걷어내고 혁명의 시대에 그가 갈등과 번민의 삶을 살면서 결국 그것을 초월해 내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데 초첨을 맞췄다.
저자인 박홍규씨는 하버드대 인권연구소 객원교수를 거쳐 현재 영남대 법학과 교수로 재직중인 진보 성향의 법학자. 그동안 ‘윌리엄 모리스의 생애와 사상’ ‘내 친구 빈센트’ ‘오페라 사회사’ 등 예술과 사회상의 모습을 다룬 저서를 많이 내놨다.
336쪽. 1만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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