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싸움
박 생 규 수도권 사회부장
시민일보
| 2003-03-10 19:11:58
{ILINK:1} 지금으로부터 25년 전 고교시절 대둔산 부근에 사는 친구가 집은 행정구역상 충남이고 변소간(화장실)은 마당을 경계로 전북에 있다는 이야기를 해 준 적이 있다.
당시 우리는 설마 그럴 리가 있냐고 그 친구를 놀리면서도 한편으로는 신기하다고 생각했었다.
이미 오래 된 일이라 그동안 잊고 있었는데 근래 들어 이와 비슷한 일이 주위에서 벌어지고 있어 새삼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최근 지자체들이 행정구역에 대한 경계조정을 다시 하면서 보다 많은 영토확보와 세수수입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토지분할 싸움을 하면서 주민들만 골탕을 먹이고 있다.
실제로 군포시와 의왕시 경계에 위치한 아파트 준공을 앞두고 행정구역이 나눠지는 심각한 상황이 연출하게 된 것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군포시 당정 토지구획사업지구의 한 아파트 2개 동은 인접 자치단체간 경계조정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안방과 건넌방의 행정 관할이 군포와 의왕으로 나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이 때문에 이 동에 사는 주민들은 이제 식사는 군포시에서 하고 잠은 의왕시에서 자거나, 부모는 군포시에 살고 자녀들은 의왕시에 사는 별거 아닌 별거생활이 불가피 하게 됐다.
군포시가 토지 이용도를 높인다는 명분을 내세워 경계의 상대편 자치단체의 입장은 고려치 않은데서 발생했다는 것이 주민들 이야기다.
의왕시 또한 당초 외부 건설업자가 의왕시에서 버젓이 공사를 시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하다가 주민들의 입주 시점에 다다르자 자기들 땅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니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들 지자체들의 공통점은 주민의 의견을 무시한 채 지자체들의 이득만을 위한 싸움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와 같은 일이 몇몇 자치단체간에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전국 대부분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더욱 큰 문제다.
모든 지자체는 보다 낳은 세수확보를 통해 중앙정부로부터 재정자립도를 높이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주민들이 과연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해당 지역을 편입함으로써 실질적인 득과 실이 있는 지에 대한 정확한 의견 수렴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지자체는 내 지역 발전을 위해 갖은 방법을 동원해 남의 지역의 좋은 부분을 빼앗는 것이야 말로 갈길 바쁜 풀뿌리 민주주의의 발목을 붙잡는 것임을 인식해야 한다.
지방정부의 정착은 주민들에게 ‘어떠한 것을 했다’라는 식의 눈에 보이는 잣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지방정부의 정착으로 인해 주민들이 편안하고, 보다 안정적인 삶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야말로 풀뿌리 민주주의의 진정한 의미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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