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보! 이라크파병 저지
이 영 란 정치행정팀장
시민일보
| 2003-03-25 18:28:06
{ILINK:1} 국민의 저력은 역시 무서웠다.
25일 국회에서의 파병 동의안 처리가 내달 2일로 연기됐다는 소식은 인간의 존엄을 앞세운 정의로운 소신이 철옹성 같던 사대주의의 두터운 벽을 제치고 진일보했다는 점에서 가슴을 뜨겁게 만든다.
국회통과가 거의 확실시되던 이라크 파병안을 일단 저지시킨 일등공신은 다름아닌 파병반대로 들끓던 민심이었다. 참으로 대단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우리의 진일보한 민의정치가 한단계, 아니 몇단계 승화된 증거를 눈앞에서 확인한 셈이다. 그 어떤 설명을 갖다 붙인다 해도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합리적인 명분을 얻을 수 없다.
인간의 존엄성에 앞서 배려돼야할 존재는 이 세상에 없기 때문이다.
이제는 적당히 ‘국익’ 운운하며 애국심을 강조하면 그 어떤 것도 슬그머니 통과되던 시절이 아니다.
위정자들은 이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이번 이라크 전쟁은 전쟁발발의 근본부터 자체적인 모순 속에 빠져있는 억지였다. 더구나 똑똑한 우리 국민들은 그 근본배경을 환히 꿰뚫고 있었다.
그러니 국민을 현혹시키려는 헛된 몸짓이 먹혀들지 않는 것이다.
텔레비전 화면을 통해 보는 대이라크전이 차라리 미국의 신무기 소개를 위한 쇼무대로 비춰진다면 지나친 비약이 될까. 물론 딜레마에 빠져있는 정부의 입장을 전혀 헤아리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 대이라크전을 바라보는 우리의 입장은 특별할 수 밖에 없다.
여러 정황으로 볼 때 미국의 다음 번 신무기 실험무대가 무력충돌의 위험을 안고 있는 북한으로 이어지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에 대한 설들이 지금도 공공연히 떠돌고 있는 형편이다. 그 다음 상황은 불을 보듯 뻔하다. 걷잡을 수 없는 혼돈뿐이다.
우리로서는 미국이 우리나라에서 물러서는 것도, 적극적인 진격도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약소국의 평화를 깨는 강대국의 침공행위를 동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어쨌든 이번 파병동의안 저지에는 여야를 떠나 파병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동료의원들을 설득하던 몇 몇 소신파 의원들의 역할도 컸다. 이들 때문에 정치판이 희망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과거같으면 지도부에 의해 결정된 당론 앞에서 거수기 역할로 그쳤을 그들이었다.
그러나 소수의 소신있는 열정이 조기파병을 주장하던 한나라당과 ‘국익’을 우선한다는 민주당 등의 당론이 맥을 못추는 만들었다.
노무현 대통령님, 이참에 국민들 핑계대고 국회 방패삼아 못이기는 척 ‘파병불가’ 입장을 밝혀주심이 어떠실지.
당신의 시원한 일성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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