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신의 실크로드 기행

호텔 카페서 각종 생활용품 판매

시민일보

| 2003-03-27 20:30:48

새벽 01시경에 맥주한잔 하려고 호텔 1층의 카페에 내려간 것이 화근이되어 하루 종일 보드카에 취한 채 카스피해와 하루를 보내게 됐다.

같은 시간에 호텔을 체크인 하면서 만났던 시지토브를 호텔카페로 내려가면서 다시 만나게 되어 같이 맥주를 마시게 되었다.

시지토브가 영어로 말하면 나는 러시아말로 대답하고 옆에있는 사람이 들을땐 무진장하게 다국적 언어를 잘하는구나 생각할 수도 있는 어설픈 실력이지만 그렇다고 크게 부족하지는 않았다

호텔의 1층에 자리 잡은 카페라고 하면 분위기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엉성하기 짝이 없을 뿐만 아니라 맥주나 보드카도 있는 것보다는 없는 것이 더 많은 곳이고 술뿐만 아니라 각종 생활용품에 필요한 것까지 팔고 있었으나 어쨌든 카페는 카페였다.

물론 여기서도 술을 팔고 있는 아가씨들은 상상초월 예쁘다.

딱 맥주하잔 하고 잠을 자려했는데 맥주를 얻어먹었으니 자기가 한잔 보답한다며 호텔 옆의 카페로 자리를 옮겼는데 여기서도 간단히 보드카 한잔만 하자고 다짐한 것이 시지토브의 친구가 동행하면서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산산조각 부서지고 말았다.

100그람의 보드카 한잔에서 시작한 것이 500그람을 넘어서 이젠 거의 각자 한 병에 가깝도록 마시게 되어 인사불성 직전까지 되었다.

까작스탄의 석유회사인 카즈트랜스의 본사인 알마타에서 아크타우로 일주일 출장을 왔다는 그네들은 구 소련시절에는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던 교수라는데 석유밖에 없는 아크타우에 무엇하러 한국사람이 여기까지 여행을 왔는지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이었다.

까작스탄이 좋아 여기까지 배낭여행을 왔다고 하니 전혀 내말에 신빙성이 없다는 표정으로 분명 아크타우의 산업시설을 돌아보려고 온 것이 틀림없을 것이라며 배낭여행을 가장한 산업스파이가 정확하지 않느냐며 나보러 솔직하게 대답을 해 달라는데 무슨 007영화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사뭇 진지한 얼굴이었다.

어이가 없어 웃음밖에 나오질 않았다.

누가 루스키가 아니랄까봐 밤이 새도록 보드카 마시자는데 나중에 알마타에서 만나자며 간신히 헤어지고 돌아섰는데 여기서 그들의 인사가 스파이라고 하면서 헤어졌다.

진짜 그들은 내가 여행자가 아닌 무슨 목적을 가지고 온 사람으로 믿고 있는 모양이었다.

사실 아무것도 없는 사막위에 세워진 아크타우에 볼거리가 카스피해를 빼놓으면 아무것도 없으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여행전문가 kapabah@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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