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 더 가까이…

김용익씨 신사동 표화랑서 개인전

시민일보

| 2003-04-01 19:33:25

모더니스트 회화 구조의 내부에서 그 검증된 논리에 저항하기 위해 끊임없이 해체의 작업을 해오고 있는 김용익의 개인전이 신사동 표화랑 (Tel : 543-7337) 에서 열린다.

이제는 너무 보편화돼서 의심할 여지없이 자연스럽게 이해되고 받아들여진 모더니즘의 질서 자체는 작가에 의해 조심스럽게 파헤쳐진다.

이러한 노력을 끊임없이 펼치고 있는 작가의 근작을 이번 전시에서 다시 한번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김용익의 작품은 다른 현대 작가들의 작품에 비해 그리 어렵지 않은 형태를 구축하고 있다.

그 이유는 평소 쉽게 어디서든 볼 수 있는 혹은 어디선가 보았던 듯한 형식적인 구성을 취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언제나 진지한 태도로 20세기 이후의 미술계를 독단적으로 지탱시켜온 형식적 모더니즘의 구조에 저항하는 작업을 해왔다.

7∼80년대에는 일관적으로 시각의 명증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작업들로 진행됐다. 천의 주름과 스프레이로 만들어낸 주름이 실제와 환영사이의 간극을 이루며 우리가 전적으로 믿고 있는 시각의 정확성을 교란하고 있는 것이다.

80년대에는 주로 나무 패널 작업을 해왔는데, 이는 프레임의 앞과 뒤를 자르거나 뒤집어 붙여서 안과 밖의 개념을 모호하게 하고, 모더니즘에서 가장 중요하게 의미를 부여했던 평면성과 회화성의 문제에 이의를 제기는 것이었다.

근래에 들어서 작가는 일명 ‘땡땡이’무늬를 화면 가득 배치하는 ‘가까이… 더 가까이…’시리즈 작업을 해오고 있다. 이는 깔끔하고 계획된 화면을 구사하는 미니멀 회화를 김용익 식으로 재해석하여 물질성에 삶의 흔적을 담아 내는 작업이다.

멀리서 보면 일렬로 배열된 땡땡이나 사각 색점들로 구성된 평면회화지만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작은 얼룩들과 가는 선, 붓털 등을 그대로 남겨두는, 완벽을 추구하는 모더니즘적 화면에 흠집을 내는 행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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