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 쒀서 개 줄라’

이 영 란 정치행정팀장

시민일보

| 2003-04-02 17:46:30

{ILINK:1} 민주당과 개혁당의 선거공조가 선거일을 20여일 앞둔 현재까지 난항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일찌감치 후보를 내고 뛰고 있는 한나라당에 비해 집안싸움과 개혁당공조 문제까지 겹친 민주당은 상대당에게 밥상을 차려주고 있는 형국이라는 당 안팍의 빈축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2일 후보자가 결정될 것으로 알려진 당초 예상과는 달리 경기 의정부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두 곳은 결론없이 결정이 유보됐다고 한다.

민주당과 개혁당, 신주류와 구주류간 ‘갈등’(다른말로 이해타산)이 합일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날 민주당은 개혁당 김원웅 대표의 민주당 비난 발언 자제를 요청하고 이에 대한 사과를 받은 뒤 공조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보였으나 반면 개혁당측이 사과요구 일축은 물론 개혁성향 후보가 나온다는 전제하에서만 공조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정해 사실상 전면공조는 어렵게 된 셈이다.

이와는 별도로 각 지구당의 독자행보도 노무현 정부의 첫 정치실험무대가 될 4.24재보선 행로를 어둡게 하는 요소다. 지난 달 23일 고양시 덕양갑 지구당은 ‘경선무효’라는 지구당의 사전경고에도 아랑곳없이 자체 경선을 실시, 독자 후보를 냈다.

양천을 역시 후보자 선정에 고심하는 중앙당과는 별도로 2일 지구당에서 후보 선정을 위한 대의원투표를 실시했다.

일이 이 지경까지 이른 데는 신구주류간 반목이 가장 중요한 배경이다.

중앙당은 중앙당대로 지구당은 지구당대로, 또 공조 상대인 개혁당은 개혁당대로 민주당 지도부의 속을 태우고 있다. 코앞에 선거를 앞두고 여태 후보선정은커녕 갈등만 증폭시키고 있는 현실을 보면 그 속이 얼마나 새까만지 알고도 남겠다.

자칫 지난 6.13 지방선거의 ‘악몽’이 재현될까 무섭다는 민주당 관계자의 말이 괜한 우려는 아닌 듯 싶다.


실제로 민주당은 지방선거 당시 경선 후유증으로 지역표심이 분열되는 바람에 당선이 확실시되던 상당수의 ‘텃밭’을 잃고 단체장의석을 내놓았던 쓴 맛을 경험한 상태다.

대선 이후 상승세를 타고 있는 민주당이 이번 재보선에서 이기지 못하게 된다면 그것은 순전히 ‘욕심’ 탓이다.

입으로는 ‘상생의 정치’를 말하면서도 실상으로는 이전투구의 구태를 답습하는 저마다의 ‘욕심’ 탓이다.

아귀다툼의 결과는 ‘상멸’ 뿐이다. 조금씩 마음을 비우고 상대의 빈 곳을 채워주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한 때다.

죽 쒀서 개주고 난 뒤 허탈함을 맛보는 것보다 그것이 훨씬 낫다.

바야흐로 새로운 정치가 열리고 있는 시점이다.

모쪼록 이번 재보선을 통해 어느 특정 개인을 위한 것이 아닌, 진정한 민의를 대변할 수 있는 새 인물의 국회 입성이 이뤄졌으면 좋겠다.

그들이 진실한 소신이 대접받는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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