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신의 실크로드기행
우랄강 품에 안고 ‘행복에 흠뻑’
시민일보
| 2003-04-03 18:38:05
8층의 일하는 아줌마는 자신하고는 무관한 일이니 1층에 내려가서 이야기하라며 모른척 하고 프론트의 아가씨는 오늘 저녁에 수리해서 앞으로 문제가 없게끔 해주겠다는데 그 말을 믿어야 할지 정말 모를 지경 이었다.
하지만 이런 불편함들을 정리하고 나면 모든 것이 만점인 방이었다. 우랄강이 흐르는 아트라우의 도시 전체가 눈에 들어오고 오른쪽으로는 아트라우 시청사가 눈에 들어오고 그 옆에는 새롭게 오픈한 이탈리안 스타일의 렌코 특급호텔이 영업을 하기 시작했으며 바로 눈앞에는 레닌거리에서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들을 방에서 훤하게 바라 볼 수가 있었다.
한낮의 40도가 넘는 더위에 찜통 같은 마차보다 느린 버스를 타고, 문짝이 떨어질 것 같은 택시를 타고 다녔던 고생스러움도 우랄강을 바라보는 지금은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행복하기만 했다.
우랄강을 끼고 오른쪽에 위치한 구시가지를 한바퀴 돌아보는데 천천히 아주 천천히 3시간 정도가 걸렸다.
카스피해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여기 우랄강에서도 가족들과 연인들이 해가 떨어지는 늦은 시간까지 수영하는 모습을 볼 수 가 있었다. 여기에서 350km 서쪽으로 가면 러시아 공화국과의 국경관문인 아스트라한이 나온다.
시내곳곳에는 유럽과 아시아에 위치한 도시라는 푯말이 당당하게 서있었지만 아시아가 아닌 유럽을 지향하는 냄새가 짙게 깔렸다.
시원한 밤공기에 달랑 침대하나 밖에 없지만 오늘밤은 우랄강의 물고기들과 같이 잠을 자야겠다.
우랄강을 내 품안에 안고서 자고 싶다.
도대체 사람들이 이런 곳에 어떻게 살아갈 수가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만큼 살인적인 더위의 아트라우를 기차가 출발한지 열두시간이 지날 무렵 엠바역에 도착하자 알마타와의 시차가 한 시간으로 좁혀졌다.
오늘 아침 그토록 황당한 일만 겪었는데도 불구하고 여간해서는 보기도 힘든 무례하고도 무례한 까작부부와 한 침대칸을 쓰게 됐다. 알마타 시간으로 오전 10시에 출발하려는 기차를 타려고 사람들의 인기척이 거의 없는 아트라우 시간으로 오전 07시에 일어나 배낭정리를 하는데 해는 벌써 중천에 떠올랐다.
밤새 우랄강을 바라보면서 오지 않는 잠을 억지로 자고 일어났지만 조금도 피곤하다거나 몸이 무거움을 느끼지 못했다.
아크자이크 고스띠니쪄에서 기차역까지는 15분정도면 충분한 시간이기에 1시간을 앞두고 버스를 타고 갈 마음으로 호텔방을 나서는데 또다시 방문열쇠가 말썽이었다.
여행전문가 kapabah@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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