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신의 실크로드기행
또래 키즐로즈다 젊은이들과 ‘한잔’
시민일보
| 2003-04-10 18:29:54
키질로즈다의 고스띠니쪄를 중심으로 왼쪽으로 1km정도 올라가면 시내를 남북으로 갈라놓은 인공하천이 흐르고 있었는데 아무것도 없는 삭막한 키질로즈다에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만들려는 시 당국의 노력하는 모습을 읽을 수 있었다.
일년 내내 내리는 비가 없으니 나무가 자랄 리 만무한 키질로즈다에 3km가 넘는 인공하천 옆의 양쪽으로 나무들이 조금씩 자라고 있었다. 오늘 저녁은 키질로즈다의 현직 경찰관에게 푸짐하게 저녁을 얻어먹었다.
호텔 앞의 야외 카페에서 혼자 양고기를 뜯으며 맥주한잔 하고있는데 얼큰하게 취한 대여섯명의 사내들이 들어와 자리에 앉자마자 나한테 와서는 선택의 여지없이 자기들 테이블로 와서 맥주를 마시자고 권하는데 생각할 틈도 주질 않았다.
나와 비슷한 또래인 이들은 한국에서 온 나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일행 중에 한 명이 오늘 중고 자동차를 구입해 그 기념으로 저녁을 사는 것이라며 여기서 맥주를 마시고 자기네 집으로 가서 한잔 더하자며 나를 유혹하는데 내일 일찍 키질로즈다를 떠나야 한다고 겨우 설득을 하고는 헤어질 수 있었다.
구 소련시절 아프카니스탄 전쟁때 2년 간 복무했다는 한사람은 지금 알카에다와 전쟁을 하는 미군이 불쌍하다고 했다.
지금 미군들이 승리를 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 지역에서 진정한 승리자는 오랜 세월이 흘러야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아프가니스탄 전쟁때 부상당한 다리를 보여주며 건배로 답답함을 달랬다.
구 소련이 붕괴되면서 유행처럼 번졌던 인터걸이 키질로즈다에 다시 등장했다.
5년전까지만 해도 각 공화국의 호텔 앞에는 몸을 파는 인터걸들이 무진장 많았으나 지금은 경찰의 강력한 단속에 음성적으로만 이루어지고 있어 추억으로만 남아 있을 뻔했던 인터걸의 생생한 현장을 죽음의 도시 키질로즈다에서 경험하게 되었다.
아크타우에서는 호텔방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어떤 아가씨로부터 전화가 걸려와 하룻밤을 같이 보내고 싶다는 말에 어쩔 수 없이 허탕해하던 일도 있었다. 아무나 장사하는 것이 아니라 호텔 앞에서 장사할 수 있는 영업권을 가진 사람은 따로 있었다.
언니인 듯한 한 명의 아가씨가 보통 3명의 쭉쭉 빵빵한 아가씨를 데리고 영업을 하는데 한시간에서 두시간까지 2000뎅가 미화 13달러 우리 돈 1만6500원 정도에 아가씨 장사를 했고 호텔 앞에서 영업을 할 수 없는 아가씨들은 길 건너에서 호텔에서 나오는 사람에게 다가가 1000뎅가에서 1500뎅가까지 흥정을 할 수 있었다.
영업권을 가진 아가씨들은 가격 흥정이 불가능 해 보였지만 아가씨들은 말이 필요 없을 만큼 쭈∼욱 빠졌다.
여행전문가 kapabah@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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