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노노케 히메

인간과 神의 처절한 사투

시민일보

| 2003-04-23 18:08:27

무대는 중세 일본의 무로마치(室町)시대(1338∼1572년). 이야기는 북쪽의 에미시족 마을에 거대한 멧돼지 모습을 한 재앙 신이 나타나는 것으로 시작된다. 에미시족 족장의 후계자인 아시타카는 화살로 재앙 신을 쓰러뜨려 마을을 구해내지만 오른팔에 죽음의 저주가 담긴 상처를 입는다.

마을 원로의 조언에 따라 아시타카는 야크(산양처럼 생긴 소과의 동물)를 타고홀로 재앙 신의 거주지인 서쪽으로 향한다.

길을 가던 도중 들개의 신 모로의 습격을 받은 에보시의 부하들을 구해낸 뒤 이들이 운영하는 제철소 마을에 잠시 머문다. 이곳에서 아시타카는 재앙 신의 저주가 숲을 파괴하려는 인간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고 고민에 빠진다. 태어나자마자 부모에게 버려져 들개의 젖을 먹고 자란 산도 에보시의 목숨을 노리고 습격했다가 아시타카의 도움을 받고 신과 인간 사이에서 마음이 흔들린다.

한편 들개와 멧돼지를 숲에서 몰아내려는 에보시는 사슴 형상을 한 숲의 수호신 시시의 목을 노리는 지코와 함께 대규모 전투를 시작한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환갑을 지난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언제나 놀라운 상상력을 발휘한다. 그가 만든 최초의 사극이라고는 하지만 시대적 배경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무로마치 시대에 보급된 화승총이 등장하면서도 들개와 멧돼지가 말을 하고 숲의 정령 고다마가 길을 안내하는 것을 보면 아득한 선사시대 같기도 하다.

이 영화는 97년 1420만명을 동원해 2001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나오기 전까지는 일본 영화사상 최고 기록을 지니고 있었다. 당시로서는 제작비 240억원과 작화(셀) 14만4000장이라는 기록적인 물량을 투입했으며 미야자키 하야오 작품으로서는 처음으로 컴퓨터그래픽을 도입했다.

제목에서 ‘모노노케(物の怪)’의 뜻은 ‘사람을 괴롭히는 저주의 신’이고 ‘히메(姬)’는 ‘아가씨’를 일컫는 말. 누가 처음 이 말을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원령공주’도 그럴 듯한 번역제목이다.

그러나 수입사 대원C&A는 “원령공주라는 이름으로 캐릭터 상표권이 이미 등록돼 있어 부대사업을 펼치는 데 제약이 많은데다가 요즘 충무로에서 원제를 많이 쓰는 추세여서 일본 제목을 사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상영시간 133분. 전체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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